<정기자와 함께하는 시사한잔> ‘문어발’ 카카오, 결국 사단 났다 (한성대신문, 583호)

    • 입력 2022-11-07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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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2-11-07 07:38

대한민국이 멈췄다. 지난 15일부터 19일, 약 90시간가량 국내 공룡 IT기업 카카오의 주요 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했다. 성남에 위치한 데이터센터의 화재가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이번 사태로 인해 메신저 서비스인 카카오톡, 포털 사이트 ‘Daum(이하 다음)’ 등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불편을 겪었고, 카카오의 플랫폼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상공인이나 택시 기사 역시 피해를 입었다. 이를 계기로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 현상을 직시해야 한다는 비판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사건은 15일 오후 3시 30분경, 카카오가 이용하는 SK C&C 데이터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하며 시작됐다. 화재 직후부터 카카오톡, 카카오T, 카카오페이 등 주요 서비스가 전부 마비된 것이다. 다음 뉴스도 마찬가지였다. 화재는 그날 오후 10시 정도에 진압됐으나, 전원 공급을 위한 복구 작업은 19일에야 끝을 맺으면서 서비스 장애는 약 나흘간 이어졌다. 국내에서 4천 7백만 여 명이 사용하는 카카오톡이 ‘먹통’이었을 뿐만 아니라, 업체가 홍보수단으로 사용하는 카카오톡 채널까지 장애를 보여 소상공인은 수입에 직·간접적 타격을 입었다. 택시 호출 애플리케이션인 카카오T 역시 이용할 수 없게 되자, 택시 기사와 이용객 양측의 불편함이 초래됐다.

다수의 전문가는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데이터센터 이중화와 같은 재해복구 분야에 대한 투자가 미비했던 점을 지목했다. 데이터 기반 사업을 펼치는 대규모 IT기업이라면, 데이터를 보호하기에 충분한 환경을 일찍이 구축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원재(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데이터센터 이중화는 선박에 구명조끼를 싣는 것처럼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촌평했다.

해당 기업의 구조적 문제가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카카오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필두로 온라인 플랫폼 업계를 독과점하며, 버젓이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행보를 보여 왔다. 이는 결국 일개 기업의 문제가 크나큰 사회적 혼란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여러 지표가 카카오톡이 메신저 업계의 1등이라 가리키고 있고, 국내 계열사만 134개에 이른다. 이은희(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카카오는 중요 정보를 포함한 데이터를 보호하고 관리하는 일보다 수익 모델을 창출하는 것에만 골몰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한발 늦게 칼을 빼 드는 모양새다. 플랫폼 시장에 맞는 새로운 규제안을 내놓은 것이다. 현행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시장지배적사업자’를 정하는 기준은 시장점유율인데, 이 시장점유율을 산정하는 기준이 총매출액이라는 지점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온라인 플랫폼 기업은 기본적으로 무료 서비스를 기반으로 하는데, 이 때문에 시장에 행사하는 영향력과 총매출액 사이의 괴리가 발생하는 것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온라인 플랫폼 분야에 특화된 규제인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심사지침’이 연내 제정된다. 이번 지침에는 데이터 수집·보유 능력 등을 기반으로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시장지배력을 평가하는 내용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김승주(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유럽에서는 이미 플랫폼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규제가 별도로 마련됐고, 이용자 수를 규제 대상 기업 선정 기준으로 삼는다”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규제가 실효성을 가지려면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압도적이다. 제정될 심사지침은 행정규칙 중 하나인 ‘예규’로, 처벌 강도가 법률보다 낮아 기업의 방만함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병호(KAIST 경영공학부) 교수는 “법적 강제성이 없다면 기업은 최대한 수용하려 하지 않는다”며 “소비자가 전부 떨어져 나가는 정도의 사회적 압력이 아니라면, 법으로 강제해야 할 것”이라고 술회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독과점 기업을 규제하고 견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다 적극적으로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독과점 구조 자체를 개선하는 일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이은희 교수는 “독과점처럼 시장에 경쟁 요소가 비교적 없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정부가 구조적 변혁에 힘써야 하는 이유”라고 역설했다.

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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