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청년> '미혼' 색안경에 가려진 부모라는 자격 (한성대신문, 583호)

    • 입력 2022-11-07 07:40
    • |
    • 수정 2022-11-07 07:40

<편집자주>

새싹이 파랗게 돋아나는 봄철이라는 ‘청춘’. 안타깝지만 모든 청년이 그 말의 의미대로 젊음을 보내는 것은 아니다. 특히 사회에서 등한시되고 있는 소외 청년들은 더욱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소외된 청년의 문제를 과연 개인의 문제, 비행(非行)으로만 다뤄야 할까. 어쩌면 우리가 알지 못했지만 이제라도 조명해야 할 모두의 문제일 수 있다. 소외 청년들이 날아다닐 수 있는, 비행(飛行)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사회 속 소외된 청년들이 ‘비상’하기 위한 발판을 알아보자.

김기현 기자

[email protected]

"미혼부모는 자녀 양육을 선택한 용기 있고 책임감 있는 부모다"

결혼하지 않았으나 혼자서 자녀를 키우고 있는 부모를 ‘미혼부’, ‘미혼모’라 부른다. ‘미혼(未婚)’은 실질적·법률적 요건상 혼인을 유지하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이때 미혼부모는 ‘혼인 외’의 출생자로 자녀의 출생신고를 진행한다. 장희정(한부모가족회 한가지) 공동대표는 “초창기 미혼부, 미혼모는 한 번도 결혼하지 않은 부모만을 가리키는 어휘였다. 하지만 현재는 대상이 확대돼 이혼하거나 사별해 결혼이 종료된 이후 등, 즉 당시 법적으로 미혼인 상황에서 아이를 낳아 기르는 부모도 미혼부모에 포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전부터 미혼부, 미혼모라는 용어 자체에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미혼이라는 용어가 결혼을 정상적인 상태로 보고 마땅히 해야 할 혼인을 하지 못했다는 의미를 함의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리하여 ‘비혼(非婚)’을 사용하거나 ‘한부모’로 통칭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김지현(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비혼이라는 단어가 결혼하지 않은 상태를 보다 객관적으로 나타낸 표현이나, 궁극적으로는 양육에서 결혼 유무를 언급하지 않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국내 미혼부모가 처한 상황을 나타내기 위해 불가피하게 미혼이라는 어휘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 이해당사자들의 생각이다. 양민옥(선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외국의 경우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를 낳거나 이혼, 별거, 동거 등으로 인한 다양한 가족 형태가 허용되지만 국내는 그렇지 않다”며, “다수의 미혼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면 미혼이라는 단어에 차별적 요소가 담겨 있으나 현재 받는 차별과 대우, 정체성을 나타내기 위한 측면에서는 오히려 적합하다고 판단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미혼부모와 관련해 공식적인 통계자료가 수집되기 시작한 연도가 불과 2015년부터라는 사실이 이들의 처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사회적 시선으로 인해 미혼부모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숨기는 경우가 많았고, 따라서 문제 제기가 더뎠다는 견해가 주를 이룬다. 통계청의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만 18세 미만의 자녀를 키우는 미혼부와 미혼모는 각각 6,307명, 20,345명이다. 이 중에는 청년층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양 교수는 “사회적 편견과는 다르게 과거보다 미혼부모의 연령이 높아졌다. 10대도 존재하지만 보통의 대학생, 직장인으로 불리는 20~40대가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 홀로 자녀 양육을 전담하는 미혼부모는 부부 양육자에 비해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이 클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미혼모가족의 출산 및 양육 특성과 정책과제」에서 진행한 ‘미혼모가족의 출산 및 양육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9년 초중고생 자녀를 둔 미혼모의 월평균 소득액은 국가의 경제적 지원을 모두 포함해 약 144만 원이다. 같은 해 1인 가구 기준 중위소득인 170만 원에도 못 미치며, 2인 가구 기준 중위소득의 50%인 145만 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김 연구위원은 “미혼부모들은 경제적으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인 경우가 많을 것”이라며, “자녀가 있는 상황에서의 경제활동은 한계가 존재해 근로소득 없이 생계비를 지원받는 경우도 많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제가 미혼부모 대다수가 반려자에 더해 가족관계 자체가 단절된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양육분담자의 부재로 이어지고 결국 소득이 발생하는 근로 여건의 박탈로 귀결된다. 설사 직장에 다닌다 하더라도 퇴근 후에 여가시간 없이 가정에서 가사노동을 하고 자녀를 돌봐야 하는, ‘시간 빈곤’에 시달리는 경우가 대다수라는 주장이 이어진다.

이러한 측면에서 근로를 하더라도 비정규직이나 단기 일자리로 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육아를 위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게 되고, 근로 시간을 줄여 단기 알바를 비롯한 비정규직 일자리를 찾아 나서게 된다는 것이다. 미혼부이자 한국 싱글대디 가정지원협회 ‘아빠의 품’을 운영하는 김지환 대표는 “아직 우리나라의 직장 문화는 한부모가 일과 양육을 병행하기 쉬운 구조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뒤이어 “아이를 데리고 야근도 했었고, 회식도 갔었지만 결국 그만두고 단기 알바를 하게 됐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한 현재 운영 중인 한부모시설에 대한 문제도 지적된다. 미혼부모에 대한 지원이 필요해 시설을 찾아가더라도 여러 이유로 시설 입소를 망설인다는 것이다. 미혼부모는 『한부모가족지원법』에 따라 시설에 입주할 수 있으며, 시설에서 주거 문제 해결 및 양육, 생활에 관한 정보를 획득할 수 있다. 그러나 외박, 음주 등과 관련된 과도한 규율에서 비롯된 거부감으로 대다수가 시설을 떠나고 있다. 문제는 한부모 가정이 시설 외에 도움을 구할 곳이 마땅찮다는 현실이다. 전국의 몇 없는 한부모가족지원센터를 제외하면 이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은 민간단체뿐이다.

이에 따라 시설 외의 미혼부모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견해도 우세하다. 미혼부모가 사회에서 개별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미숙(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대외협력국장은 “지역사회에서 머무는 미혼부모와 자녀를 위해 시설 내에서 제공되는 서비스 주거 지원, 자녀 돌봄 지원, 그리고 직업교육 및 학습권을 기본적으로 시설 외에서도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의 시선도 미혼부모를 위축시키는 데 한몫한다. 여성가족부가 2021년 발표한 「다양한 가족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는 것’, 즉 미혼부모에 대한 사회적 수용도는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49%로 나타났다. 사회적 수용도란 우리 사회가 다양한 가족의 모습에 대해 어느 정도로 수용할 수 있는지를 나타낸 척도다.

이는 전통적인 혼인제도에서 이탈한 가족 형태를 인식하지 못하는 탓이다. 혼인과 출산을 하나로 보는 경향이 여전히 잔존한다는 것이다. 혼인으로 이뤄진 남편과 아내가 있고 그 슬하에 자녀가 있는 가족을 ‘정상가족’으로, 그렇지 않은 경우를 ‘결손가족’으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사회 전반에 퍼져있다고 전문가들은 꼬집는다. 권진(예명대학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사회에 가족주의나 정상가족의 개념이 여전히 강력히 자리하고 있다. 가족이 해체되는 추세가 빠르지만 인식의 변화는 그보다 느린 상황”이라고 밝혔다.

결혼이라는 제도에서 벗어나 다양한 가족 형태를 받아들이는 사회적 인식이 자리 잡는 것 역시 중요하다는 주장이 이어진다. 부모와 자녀로 구성된 전통적인 가족 형태에서 벗어난 다양한 가족에 대한 교육이 확대돼야 한다는 뜻이다. 유은경(강원도여성가족연구원) 연구위원은 “혼인과 혈연에 기초한 가족 규범에서 탈피해 다양한 가족을 포용하는 방향으로 가족 개념이 확장돼야 한다. 다양한 가족에 대한 편견 및 차별 해소를 위한 교육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관한 맥락의 한 켠에는 미혼부가 자녀를 법적으로 공인받는 출생신고에서 겪는 고충이 있다.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46조 2항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혼인 외 출생자의 출생 신고는 ‘모(母)’가 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점이 제기되자 2015년, 2021년에 관련 법률이 제정됐으나, 여전히 관련 서류를 준비하고 출생신고를 진행하는 데까지는 통상 3~6개월이 소요되는 것이 현실이다. 김 대표는 “아이를 책임지지 않고 어느 보육시설에 맡기면 약 2주 만에 주민등록번호가 생길 수 있다. 반면 아빠가 출생등록을 위한 재판을 이어 나가면 1년까지도 소요되는 것이 아이러니하다”고 술회했다.

이 경우 출생 등록 이전까지 아이는 세상에 존재하나 기록상에는 부재하는 ‘미등록 아동’이 된다. 이는 국민으로서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받지 못함을 의미한다. 미등록 아동은 돌봄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건강보험의 혜택도 받을 수 없다. 김 대표는 “출생신고가 되지 않으면 아이를 보호하는 것은 오로지 아버지 하나다. 아이가 아프기라도 한다면 비싼 병원비를 부담해야 하나 미혼부는 충분한 경제력이 없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호소했다.

애초에 미혼부의 자녀가 미등록 아동이 되지 않도록 출생등록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출생신고제에 있어 모를 비롯해 ‘부(父)’도 혼인 외 자녀의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추가하는 것이다. 김 대표는 “세부 조항에 국가가 지정한 곳에서 유전자 검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가해 자녀가 법적 권리 없이 살아가는 기간이 없도록 해줘야 한다”고 전했다.

나아가서는 ‘출생신고제’에서 탈피해 자녀의 ‘출생등록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이때 ‘출생통보제’와 ‘보편적 출생등록제도’가 그 방안으로 꼽히기도 한다. 출생 통보제란 ‘분만에 관여한 의료기관이 아이의 출생 사실을 국가기관에 즉시 통보하는 제도’며, 보편적 출생등록제도란 ‘출생한 모든 아동이 국적 등과 무관하게 신고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제도’를 말한다. 신영미(서울대학교 보건환경연구소 인구정책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아동의 생존권, 보호권, 발달권의 보장을 위해 출생통보제가 도입돼야 한다. 다만 산부인과의 행정 부담 등이 커지는 일이기에 병원행정 전담 인력 지원 등의 대책이 출생통보제 도입과 함께 논의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한부모 가정이 처한 ‘돌봄 사각지대’를 축소하는 행정 서비스 확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공공 양육을 충분히 제공받지 못하는 어려움은 근로 유지의 어려움으로 연결되고, 이는 곧 경제적 자립의 어려움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라는 근거에서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아이돌봄서비스’의 시간 확대 및 무상 운영이 그 일환으로 제시되고 있다. 장 공동대표는 “아이돌봄서비스의 경우 국가에서 90%까지 지원해주지만 돌봄 서비스 이용 시간이 늘어나다 보면, 미혼부모에게는 금액의 부담이 발생한다. 무상 운영을 통해 아이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전했다.

미혼부모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부모의 소득이 아닌 자녀의 생애 주기에 따른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정책적으로 부모가 아닌 아이를 중심에 두고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는 말이다. 김희주(협성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재 미취학 아동에 집중되는 수당 지원 등의 연령 제한을 초등학교 이상까지 확대할 수 있다. 양육 비용과 부담은 아동의 학령이 높아질수록 커지기에 아동 연령에 따라 확대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성정현(협성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청소년기까지 생애 주기에 필요한 기준 그리고 서비스를 설계해 자녀가 보편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궁극적으로 전문가들은 미혼부모들이 충분히 자녀를 기를 수 있는 사회적 토대가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양 교수는 “아이를 키우고 싶어 하는 부모의 마음을 국가가 외면해서는 안 된다. 경제적 지원과 사회적 인식 등이 확충돼 혼자서도 자녀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신 선임연구원은 “돌봄을 포함해 미혼부모 가정의 자녀에 대한 정책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더불어 우리 사회에 미혼부모와 자녀, 가정에 대한 배려가 제도·문화적으로 뿌리내려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댓글 [ 0 ]
댓글 서비스는 로그인 이후 사용가능합니다.
댓글등록
취소
  • 최신순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