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찬바람이 볼을 따갑게 만든다. 새해에 대한 설렘이 차오른 지금, 누군가는 올 한 해를 되돌아보기 시작했을 것이다. 본인은 2022년을 되돌아보며 올해를 이끌었던 학생대표들을 떠올렸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가 안정화되면서 대면수업이 대폭 확대됐고, 축제나 MT 같은 ‘대학생활’이라 일컬어지는 것들이 소생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학생자치기구 역시 지난 몇 년보다 바삐 움직였다. 수많은 행사 과정에서 크고 작은 논란이 발생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모든 활동이 막바지에 접어든 지금, 판단은 학생들의 몫이다.
본사가 실시한 ‘제37대 총학생회 BASE 학생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올해 총학생회(이하 총학)는 긍정적 평가를 받아냈다. 특히나 ‘학내 익명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의 의견을 무시하지 않았다’는 주관식 답변이 눈에 띄었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은 소통 부분에서 총학을 높이 산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학우들은 학생을 대표하는 학생대표에게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저 자신들의 목소리를 대학본부에 전달하고, 입장을 대변해줬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학생대표들도 이를 인지하고 있는 듯, 11월 치러진 총선거의 전반적인 공약은 소통으로 수렴되는 분위기였다.
다만 의문이 드는 지점도 분명하다. 학생과의 간담회를 진행하는 일과 같은 것을 ‘공약’까지 내세울 일일까. 학생을 대표하며, 학생의 일을 스스로 해나가는 자치기구가 학우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당연하다. 심지어 다른 소통 분야 공약의 일부는 학생들과 소통하기 위한 공약인지도 검증이 필요해 보인다. 그들이 생각하는 소통이란 무엇인가.
본사가 총선거 기간을 맞아 5개년 총학의 공약을 분석한 결과, 모든 총학이 ‘소통 창구를 마련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물론 소통의 방식은 다양하다. 하지만 학생대표가 말하는 소통은 어딘가 달라야한다. 소통 창구가 무엇인지는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는 말이다. 더불어 이 소통은 그저 ‘듣기’에 국한돼서도 안 된다.
지난 6월 1일 진행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서울 지역 유일한 3선 구청장으로 당선된 정원오(더불어민주당) 성동구청장은 <시사IN>과의 인터뷰를 통해 민원을 듣는 것부터가 정책의 시작임을 강조했다. 단순히 듣는 수준에 그치지 말고, 그 사안에 대해 다시 한번 공부하고 연구해야 혁신이라 불릴 수 있는 정책이 나온다고도 덧붙였다. 지금까지의 학생대표는 학우들의 건의사항을 듣고, 해소하는 결과까지 도출했는가. 만약 그렇다면 궁극적 해결에는 도달했는가. 학생대표란 민원을 듣고, 해소하고, 체계적 변혁까지 이뤄내야 하는 리더의 자리임이 분명하다.
2023년을 이끌 학생대표들은 단순 소통을 넘어선 이상적인 리더가 되는 데에 성공할 수 있을까. 1월 1일부터 그들의 임기가 시작된다. 학내에 숨겨진 ‘진짜’ 이야기를 들을 줄 알고 시스템을 바꿔 나가는 것, 그것이 ‘대표’의 책임감을 인지하며 ‘자치’의 독립성을 수호하는 학생대표가 가야 할 정도(正道)다.
한혜정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