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에서 제22회 월드컵 국제 축구대회가 개최되었다. 전 세계인의 열띤 응원도 함께 한다. 아마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이들이 즐기는 스포츠 행사가 아닐까 싶다. 하나의 운동 종목일 뿐인 축구가 이처럼 수십억 명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축구 역사가 골드브랏은 축구가 “물리적 운동성과 예술성의 균형, 반사적인 움직임과 복잡하게 짜여진 전술이 균형을 갖춘” 매우 드문 스포츠라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찬양 일색의 주관적 진술이어서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다수다. 경기 자체의 내재적 매력보다는 외부의 사회적 요인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초기부터 축구가 ‘축구 이상의 그 무엇’이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축구가 가진 정치적, 계급적 함의에 대한 것이다.
축구가 조형된 종주국 영국에서 초기 축구 대회는 귀족의 전유물이었다. 손흥민의 활약으로 우리에게도 익숙한 FA컵이 사례다. FA는 영국 축구협회(Football Association)라는 뜻이다. 그런데 협회의 임원이 모두 귀족들이었고, 이들이 만든 팀이 단골 우승팀이었다.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규정을 만들기도 했다. 아마추어리즘의 순수성 유지를 주장하며 선수가 돈을 받는 행위를 도덕적으로 죄악시하는 이념과 제도를 고수했다. 경제적 여유가 없는 노동자들은 연습할 시간도, 경기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것도 힘들었다.
1885년 축구의 프로스포츠화가 허용되었다. 이후 귀족팀은 다시는 FA컵에서 우승하지 못했다. 노동자들이 선수로 뛰고 응원하는 프로팀이 우승팀이 되었다. 축구 스타는 서민들의 영웅이었다. 축구는 150여 년 전에 이미 ‘축구 이상의 그 무엇’이었다. 이는 축구 세계화와 연계되었다. 국제축구연맹 FIFA가 결성되었고, 얼마 후 월드컵 대회가 만들어진다. 이런 근거에서 초대 회장 줄 리메(Jules Rimet)는 축구가 “사람들을 단결시키고 평등하게 만든다.”라고 공공연하게 주장할 수 있었다.
놀이와 문화에 관한 연구인 『호모 루덴스』에서 요한 호이징하는 “질서를 지킨 투쟁은 놀이다”라고 했다. 월드컵은 경쟁이나 투쟁이 아니라 놀이일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다. 2002 한일월드컵 당시 우리가 느꼈던 ‘축구 이상의 그 무엇’이 바로 놀이로서의 축구의 본질과 같은 것이었다. 이번 대회에서도 질서를 통해 월드컵의 본질을 완성하는 성숙한 경기와 관람문화를 기대해본다.
김기홍(문학문화콘텐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