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마약 청정국이라 했던가. 우습게도 한국은 2015년부터 해마다 1만 명 이상의 마약류 사범이 국내에서 검거되고 있다. 마약류는 마약과 향정신성 약물, 대마를 통칭하는 단어이며, 마약류 사범이란 마약류와 관련해 ▲밀조 ▲밀수 ▲밀매 ▲투약 등 마약과 관련된 범죄 행위, 또는 그런 행위를 저지른 사람을 뜻한다. 대검찰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12월과 2022년 12월 사이 마약류 사범 건수는 20.1% 증가했으며, 특히 20대가 전체 31.6%를 차지하며 가장 높은 비율을 나타냈다.
마약류의 유통은 보통 음지를 통해 퍼지겠거니, 추측하기 마련이다. 이처럼 불법으로 유통되는 마약류도 문제지만 병원에서 프로포폴, 졸피뎀 등의 향정신성의약품과 모르핀, 펜타닐 등의 마약성 약물이 무분별하게 처방되는 것도 중요한 대목이다. 의사는 환자의 마약류 의약품 오남용이 의심될 경우 투약 이력을 조회할 수 있지만, 의무 사항은 아니다. 마음만 먹으면 하루에 수면내시경을 15번 받아, 프로포폴을 15번 투여 받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2018년부터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을 마련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마약류 의약품의 유통 전주기를 추적하고 취급정보를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에 보고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단순히 의약품의 유통 전주기를 추적한다고 마약류 의약품의 오남용을 예방할 수는 없다. 병원이 향정신성의약품과 마약성 약물을 처방할 시, 담당의가 필수적으로 해당 환자의 과거 투약 이력을 조회하도록 의무화할 필요가 있는 이유다. 또한 처방 가능한 투약 횟수나 주기의 구체적이고 명확한 기준도 마련돼야 할 것이다.
물론 모든 병원에서 환자의 투약 이력을 조회할 수 있다면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를 낳을 수 있다. 그러나 마약류의 유통을 막기 위해 전문의가 환자의 정보를 열람하는 것은 사회 관념상 정당 시 되는 행위를 업무로 행하는 경우로서, 『형법』 제20조 정당행위로 위법성 조각사유에 해당한다.
마약 중독은 ‘완치’라는 개념이 없다. 1년 이상 단약에 성공하는 사람이 3명 중 1명꼴 이기에, 평생 관리해야 하는 ‘난치병’과 같다. 마약류 범죄의 재범률이 높은 이유도 이것일 테다. 실제로 법무부가 발표한 ‘2017-2019 마약사범 재범률’ 자료에 따르면 해당 3년간 마약 사범들의 재범률은 평균 36.2%다. 한 번 손을 대면 빠져나올 수 없는 지옥과 같은 ‘마약’의 늪, 늪에 빠진 이들에게 동아줄을 내려줘야 한다.
장현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