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SNS 속 끊임없는 돌팔매질 (한성대신문, 589호)

    • 입력 2023-05-0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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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3-08-04 19:06

최근 한 10대 학생이 사망하는 과정을 SNS로 생중계하는 일이 벌어졌다. 해당 생중계 직후, 이를 녹화한 영상이 유튜브·트위터 등 여러 디지털 플랫폼을 거쳐 공유됐다. 모자이크 하나 없는 적나라하고 자극적인 영상 내용에 사람들은 경악했지만, 영상은 빠른 속도로 퍼져나갔다. 사고가 발생한 지 20여 일이 지난 지금도 검색만 하면 언제든, 누구든 어렵지 않게 해당 영상을 찾을 수 있다. 심지어 ‘풀(full) 영상을 판매한다’는 글까지 공유되고 있는 실정이다.

해당 영상이 인터넷 공간에 계속해서 남아있는 것은 당사자와 그 유족을 향한 ‘2차 가해’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문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영상 속 인물을 힐난하는 악성 댓글이 게재되고 있기 때문이다. 영상을 접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포함한 정신적 고통을 겪는 등의 피해가 발생한다. 실제로 국립정신건강센터 성인정신과와 국립트라우마센터 연구진이 발표한 「미디어 노출에 의한 간접외상이 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에 미치는 영향 : 온라인 설문 조사 연구」에 따르면, 폭력적 영상 매체를 시청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스트레스·우울·불면 등의 지표가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폭력적이거나 자극적인 영상을 유포한 사람을 처벌할 수 있는 법령이 부재한 실정이다. 현행 법률은 저작권을 침해하거나, 성착취물을 유포한 경우 등에 한정해 처벌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의 가이드라인 역시 영상 유포를 막는 것에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한다. 유튜브는 사망 조장 콘텐츠를 삭제 조치하고 있으며, 트위터는 ‘민감한 게시물’을 지정해 해당 게시물 삭제를 안내하지만 이 같은 가이드라인은 후속 조치에 불과할 뿐이다.

그렇다면 2차 가해를 비롯한 피해를 막을 방법은 없을까. 디지털 플랫폼 이용자로서의 시민의식이 해답이다.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영상을 온라인상에 게시하지 않고 소비하지 않아야 한다. 피해자와 그의 가족을 위로하는 마음, 애도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부터 시작이다. 무분별한 돌을 던지지 않는 시민사회가 마련되길 바란다.

박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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