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버스 환승제도 탈퇴!’, ‘8년째 요금동결! 즉각 인상하라’ 서울특별시 마을버스 운송사업조합(이하 마을버스조합) 소속 마을버스 운영업체들이 지난 6일부터 마을버스에 붙인 현수막의 내용이다. 서울시에서 마을버스를 운행하는 업체들이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마을버스 요금 인상 또는 보조금 확대를 요구하며, 환승제도 탈퇴까지 불사한다고 나섰다.
마을버스 업체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유행 당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승객이 급감한 데 이어, 연료비 상승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마을버스조합에 따르면, 2015년부터 8년간 서울시에서 마을버스를 운행하는 업체 139곳 중 113곳, 즉 81.3%가 적자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성인 기준 마을버스 요금은 8년째 900원에서 제자리걸음이다. 서울시는 당초 지난달에 요금 인상을 계획했으나, 이를 하반기로 연기하며 정확한 인상 시기는 불투명해졌다.
마을버스 업체가 어려워진 또 다른 이유는 ‘민영제’다. 서울시 시내버스의 경우 준공영제로 운영되고 있는데, 이는 민간 업체가 노선에 대한 소유권을 갖지만 서울시에서 적자를 메우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시내버스는 운송원가*와 수입금의 차액만큼을 보조금 명목으로 보전받는다. 그러나 민간업체가 운영하는 마을버스는 시내버스와 달리 보조금에 상한선이 존재해,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보조금 상한선은 물가 상승을 반영하지 않고, 2년째 동결돼 있다. 보조금을 제외한 적자는 민간 업체가 오롯이 부담해야 한다. 장재민(한국도시정책연구소) 소장은 “보조금 상한선을 현재 물가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어려움이 지속되다 보니, 마을버스 업체들은 운전기사의 봉급을 올릴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자연스레 기사의 수급 또한 시내버스에 비해 어려워졌다. 마을버스조합의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2월 기준 시내버스 기사의 월평균 임금은 약 440만 원으로, 약 290만 원인 마을버스 기사의 임금과는 차이가 난다. 실제로 2022년 서울시 마을버스를 운행하는 데 필요한 인원은 3,885명이었지만, 재직자 수는 2,850명으로 1,035명이 부족했다. ‘성북 02’를 운행하는 성삼운수의 김종민(성삼운수) 대표는 “많은 기사 인력이 배달업 등 다른 직종으로 이동해 구인난이 심각하다”고 밝혔다.
결국 요금 인상 및 적자지원 상한선 상향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압도적이다. 시내버스나 지하철이 다니지 않는 ‘교통 소외 지역’을 누비는 마을버스의 가치를 고려해, 회생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박주운(마을버스조합) 전무는 “버스 요금 인상 시기를 연기했으니, 요금 인상 시까지 적자 보전을 위한 재정지원이 더 많이 이뤄져야 한다”며 “이는 교통약자의 ‘교통복지’를 위해서도 시급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운송원가: 시내버스 운송사업에 소요되는 1일 1대당 운송비용
김유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