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사회의 맛보기’라 말하는 이들이 많다. 대학생인 우리는 사회를 ‘찍먹’하고 있는 것과 같은데, 맛을 볼수록 그다지 먹고 싶지 않다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노동자로서의 삶이 기대되지도 않을뿐더러 그 삶 자체를 별로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직 제대로 겪어본 적 없는 길임에도 이미 등을 돌린 것이 청년층의 현주소다.
5월 1일, 한국에서 근로자의 날은 법이 정한 유급휴일이다.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해 시행되고 있다. 세계 노동자의 날로도 불리는 이날은 노동자의 연대와 단결을 과시하는 국제적 기념일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쉬지 못한 노동자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가. 우리나라에서 근로자의 날에 돈을 받고 쉴 수 있는 사람들은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하는 근로자뿐이다. 이 말인즉슨, 법이 규정하지 않은 근로자는 휴일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말이다. 대표적으로 프리랜서, 특수고용직 등이 이에 해당된다. 더 쉽게 말하자면, 학습지 교사나 택배 기사 등이 지난 5월 1일에 일을 했다는 의미다. 『근로기준법』이 아닌 『국가공무원법』 및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을 따르는 공무원 등도 근무했다. 이렇다 보니 꽤나 우스운 상황도 연출됐다. 근로자로 규정된 어린이집 교사는 쉬었지만 교육부 소속인 유치원 교사는 쉬지 못했다거나, 우체국에서도 우정직 공무원으로 불리는 집배원만 예외적으로 쉬었다든가 하는 광경이 펼쳐진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가 일자, 근로자의 날을 공휴일로 지정해 모든 국민이 쉴 수 있게끔 하는 개정안이 발의됐다. 민간과 관공서의 휴일을 일치시키겠다는 목적에서다. 실제로 미국, 캐나다, 일본 등의 많은 해외 국가에서는 각국 근로자의 날에 모두가 쉴 수 있게끔 해당일을 국가 공휴일로 정하고 있다.
법정 공휴일로서의 변모 역시 필요해 보이지만, 다양한 고용 형태를 아우를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며 그래야만 한다. 『근로기준법』에 포함되지 않는 다양한 노동자의 형태를 고려하고, 그들을 법의 사각지대에서 구출해야 한다는 말이다. 일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보호받을 수 있는 법의 테두리가 마련돼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근로자의 날이 지닌 의미를 되새겨 노동을 중시하고 존중하는 사회로 진보해야 한다. 우리나라 근로자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1,910시간으로 OECD국 가운데 4번째로 많다. OECD 평균 노동시간보다 1인당 200시간가량 더 일했다는 의미기도 하다. 이를 방증하듯 과로로 숨지는 노동자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으며, 노동조합을 불온시하게 여기는 사회 분위기가 아직도 존재한다. 이외에도 비정규직 사안 등 노동 관련 문제는 셈을 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노동은 먹고 사는 문제 그 자체다. 장삼이사(張三李四)에게 먹고 사는 문제는 가장 중요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는 국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라 밝힌 바 있다. 부디 일하는 모든 이가 잘 먹고 잘 사는, 땀의 가치가 인정받는 사회에서 살고 싶다.
한혜정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