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산에 올라> 인간으로 살아가는 방법 (한성대신문, 589호)

    • 입력 2023-05-08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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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3-05-08 00:02

나치 독일의 총책임자는 히틀러였지만, 효율적인 시스템을 만들고 실무를 책임져 유대인 학살을 꾸몄던 것은 아돌프 아이히만이었다. 재판장으로 끌려 온 아이히만은 600만 명을 학살시킨 사람 같지 않게 평범한 모습이었고, 그런 그를 본 심리학자 한나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을 제시했다. 이는 모든 사람들이 평범히 여기는 행동이 악이 될 수 있다는 개념이다. 그녀는 시스템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악’이라고 정의하며, 의도하지 않고 수동적으로 저지르게 되는 ‘악’을 비판했다.

아렌트의 말에 따르면 우리는 자유롭게 살아가야 한다. 그런데 ‘자유’라는 것은, 마냥 좋기만 한 것이 아니다. 자유에는 그만큼의 고통스러운 책임이 동반되는데, 이를 버텨낸다면 더 나은 사회가 되겠지만, 홀로 코스트의 수많은 하층민 및 중산계층이 자유를 포기하고 전체주의에 의존했듯 대부분 권위에 의존하는 길을 택한다.

피터팬 증후군, 피터팬 신드롬을 아는가? 현실에서 도피해 스스로가 어른임을 부정한 채 타인에게 의존하는 심리를 말한다. 이는 최근 사회적 현상을 다룰 때 사용된다. 중소기업의 성장회피, 대학생들의 졸업유예 등이 같은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그만큼 통제되는 삶이 답답할지언정 편하다고 느낀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껏 통제되는 삶에 익숙한 우리는 사회에 나가서도 ‘악’일지 모르는 업무에 무조건적으로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

밀그램 교수의 ‘아이히만 실험’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책임의 소재가 불분명해질수록 사람들은 타인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개인의 양심을 저버리기 쉽다. 아이히만이 분업화된 시스템을 사용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구성원들이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도록 업무를 쪼개 유대인 학살에 동참하도록 만든 것이다. 그래서 나는 비판적 사고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지금의 시스템은 올바른가? 더 나은 시스템은 없을까?와 같은 비판적 사고를 키우는 것. 그것이 분업화된 현대 사회에서 악마가 되지 않고 인간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다.

박은우(인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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