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본부 “학생의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
23학번부터 컴퓨터공학부 소속 4개 트랙을 선택하려면 트랙기초 과목의 성적을 B0 이상 받아야 한다. 대학본부는 올해 2월 이러한 내용을 담은 ‘2023-1학기 수강신청 안내 및 학업이수가이드(이하 학업이수가이드)’를 공개했다. 이번 자격요건 신설 조치는 대학본부가 추진하는 ‘역량기반 트랙선택 자격요건 제도’의 일환으로, 컴퓨터공학부 소속 4개 트랙이 해당 제도의 첫 대상이 됐다.
컴퓨터공학부에는 ▲모바일소프트웨어트랙 ▲빅데이터트랙 ▲디지털콘텐츠·가상현실트랙 ▲웹공학트랙 등이 소속돼 있다. 모바일소프트웨어트랙과 빅데이터트랙의 트랙기초 과목은 ‘컴퓨터프로그래밍’, 디지털콘텐츠·가상현실트랙과 웹공학트랙의 트랙기초 과목은 ‘웹프로그래밍기초’다. 학업이수가이드에 따르면 컴퓨터공학부의 4개 트랙 중 하나를 선택하고자 하는 경우, 각 트랙기초 과목 성적을 B0 이상 취득해야 한다. 이는 올해 신입학한 23학번부터 적용되는 제도로, 기존 재학생이 트랙변경 등을 진행할 경우 제외된다. 해당 내용은 학업이수가이드뿐 아니라 본교 홈페이지와 컴퓨터공학부 홈페이지의 공지사항을 통해서도 안내된 바 있다.
2학기에 트랙기초 과목을 수강해 성적 공개보다 트랙선택이 먼저 이뤄지는 경우, 컴퓨터공학부 내 트랙에서 1지망, 외 트랙에서 2지망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트랙선택이 진행된다. 1, 2트랙 모두 1지망이 컴퓨터공학부 내의 트랙이라면, 학생은 4개의 트랙을 골라야 한다. 김현미(학사지원팀) 팀장은 “트랙선택 기간은 2학기 수업이 진행되는 도중이기에, 2학기에 트랙기초 과목을 수강하면서 컴퓨터공학부 소속 트랙을 선택하는 학생은 예비 트랙을 선택해야 한다”며 “성적이 발표되면 그에 맞춰 1지망 또는 2지망 트랙으로 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는 이에 맞춰 종합정보시스템 신청서비스를 수정하는 단계”라고 전했다.
역량기반 트랙선택 자격요건 제도는 학생이 전공을 학습할 수 있는 기초 역량을 갖춘 후에 트랙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대학본부는 이 제도를 통해 역량을 갖추지 않은 학생이 트랙을 선택한 이후 학습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문제를 줄여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하성욱 교무처장은 “학생에 대한 ‘진로지도 효과’를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고 도입한 것”이라며 “학생 스스로가 해당 트랙을 선택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는지 점검하게끔 유도하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대학본부가 역량기반 트랙선택 자격요건 제도를 통해 기대하는 또 다른 효과는 ‘교육의 질 향상’이다. 역량을 갖춘 학생만을 대상으로 전공 수업을 진행한다면, 수업 내 학생 간 편차가 줄어 교수자가 균일한 수준으로 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 처장은 “기초 역량을 갖춘 학생으로만 이뤄진 강의실에서는 더 수준 높은 수업이 진행되기에 수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공 학습에 역량이 부족한 학생이 발생한다는 사항은 2021년 10월 열린 ‘학사구조고도화’를 기반으로 하는 ‘오고 싶은 한성대, 머물고 싶은 한성대’ 구현 관련 토론회에서 거론됐다. 이 사항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 방안으로는 ‘과제 수행 중 코칭’, ‘트랙선택 자격시험 시행’ 등이 언급되기도 했다. 이후 2022년 6월경 컴퓨터공학부 소속 교수진이 대학본부에 트랙선택 자격요건 신설을 요청했다. 당시 컴퓨터공학부장이었던 장재영(컴퓨터공학부) 교수는 “IT공과대학 소속 1학년 학생 대부분이 컴퓨터공학부에 소속된 트랙을 선택하고자 한다”며 “교원이나 공간 등 자원은 부족한데 학생은 늘어나 수업의 질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해, 학부에서 먼저 트랙선택 자격요건을 두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하 처장은 “트랙기초 과목을 수강하지 않고 컴퓨터공학부 내 트랙을 선택하는 학생의 최대 비율이 31%였던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2022년 12월 ‘한성대학교 미래100년을 위한 학사구조고도화 방안’이 마련되며, 현재의 역량기반 트랙선택 자격요건 제도가 구체화됐다. 해당 방안에는 트랙을 선택하려면 트랙기초 과목에서 B0 이상의 성적을 취득해야 한다는 등의 상세한 내용이 포함돼 있었으며, 같은 달인 12월 기획위원회와 교무위원회 심의를 거쳐 확정했다. 이어 올해 1월 총학생회장 및 부총학생회장, 각 단과대학 학생회장 등이 참석한 ‘학생대표 간담회’를 통해 학생대표에게 해당 사항이 알려졌다. 이후 대학본부가 각 트랙에 역량기반 트랙선택 자격요건 제도 시행을 안내하고 도입 접수를 받았으나, 컴퓨터공학부 소속 4개 트랙만 신청했다. 이에 ▲모바일소프트웨어트랙 ▲빅데이터트랙 ▲디지털콘텐츠·가상현실트랙 ▲웹공학트랙의 자격요건 신설이 2월 확정됐다.
자격요건 신설이 확정됨에 따라 학생들이 트랙기초 과목을 수강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컴퓨터공학부 소속 4개 트랙의 트랙기초 과목은 1, 2학기와 여름, 겨울 계절학기에 모두 개설된다. 또한 컴퓨터공학부 소속 4개 트랙은 교수학습센터와 함께 트랙기초 과목에서 수강할 내용과 평가 기준 및 방법 등을 설정했다. 성적평가 방식은 절대평가의 일종인 ‘성취평가’로, 컴퓨터공학부 소속 트랙의 2학년 교육과정 이수에 필요한 역량을 학생이 성취했는지 평가하는 방식이다. 이항찬(컴퓨터공학부) 컴퓨터공학부장은 “공정한 평가를 위해 트랙기초 과목을 수강하는 모든 학생에 대해 동일한 시간에 동일한 문제로 중간·기말고사를 시행 중에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자유로운 전공 선택에 제약이 생기는 부분에 대해 아쉽다는 의견이 전해지기도 했다. 남기철(컴공 3) 컴퓨터공학부 학생회장은 “전공 선택 자율성이라는 특성이 사라지는 부분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는 학생이 있었다”며 “트랙제의 가장 큰 장점이 사라지는 느낌이 든다”고 전했다.
대학본부는 이와 같은 학생의 우려에 대해 ‘성공적인 트랙선택을 위한 조치’라는 답을 내놓았다. 또한 모집요강 등을 통해 트랙선택 시 일부 제한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입학 이전부터 안내했기에, 23학번부터 해당 제도의 대상이 된 데에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 처장은 “역량기반 트랙선택 자격요건 제도는 성공적인 트랙선택을 보장하는 제도”라며 “학생이 전공을 학습할 준비가 됐을 때는 언제든 해당 트랙을 선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자격요건을 충족하지 않아 선택하지 못한 학생 입장에서 당장에는 늦어 보여 답답할 수 있지만, 기초 학습 역량을 갖추고 천천히 학습하는 것이 결국 빠른 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상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