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4개월가량의 학보사 생활에 드디어 마침표를 찍는다. 그중 편집국장으로서 일한 1년을 되돌아보니, 처음 부임하며 독자에게 미지근하게 다가가지 않겠다던 다짐이 떠오른다. 이 각오의 일환으로 ▲광고 없는 신문 ▲문제의식이 뚜렷한 신문 ▲소수의 학내 구성원도 살피는 신문이라는 3가지 원칙을 세우며 발행을 이어 나갔다. 학보 중에서도 발행주기가 긴 편에 속하는 <한성대신문>의 특성상, 광고로 지면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광고가 차지할 공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기사를 싣고자 하는 마음에 광고 싣기를 지양했다. 문제의식이 뚜렷한 신문은 기사를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가 힘이 있어야만 가능했다. 사실이 곧 강력한 기사의 메시지가 돼, 글에 별다른 힘을 주지 않아도 되는 기본이 탄탄한 신문을 만들고 싶었다. 마지막으로는 소수의 학내 구성원도 살피는 따뜻한 언론이 되고 싶었다. 이해관계자가 소수라는 이유로 다수가 얽혀있는 담론에 밀리는 데에 앞장서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미처 생각지 못했던, 그래서 아쉬움이 남는 지점도 분명하다. ‘아젠다 세팅’, 즉 의제 설정에만 심혈을 기울인 것은 아닌지에 대해 숙고했다. 새로운 문제제기를 하는 데에 집중해, 의제를 끌고 가며 꾸준히 문제를 제기하는 ‘아젠다 키핑’을 놓친 것은 아닐까. ▲트랙 구조조정 ▲야간 학생 처우 ▲학내 공간 부족 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한성대신문>도 문제를 제기하고, 학생대표들도 목소리를 내지만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에 해당 사안들을 계속 취재하고 기사를 발행했어야 하는지에 대한 상념이다. 독자의 피로도를 고려한 결정이었지만, 변화를 이끌어내는 언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내지 못했던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이러한 고민은 자연스레 대학언론 전체로 확장됐다. 학내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며, 결국 더 나은 학교를 만드는 데에 일조하는 학보사는 얼마나 될까. 본인은 올해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의 회장직을 겸임하며 34개 학보사의 상황을 지켜봐 왔다. 아젠다 키핑은 차치하고 아젠다 세팅도 힘겨운 학보사가 존재함이 현실이다. 인력난과 재정난, 그리고 빈번한 편집권 침해를 겪어내며 겨우 ‘발행’만을 이어 나가는 것이다.
학보사들은 아젠다 세팅에 심혈을 기울일 뿐 아니라 아젠다 키핑에 도전해야 한다. 지속적인 문제 제기는 학보사가 실질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톡톡한 역할을 할 테다. 독자의 피로도가 걱정될 때면 ‘변화 도출’이라는 언론의 존재 이유를 다시금 상기해야 한다. 학내 구성원의 입에 끊임없이 오르내릴 때, 그 문제는 비로소 ‘의제’가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자.
편집국장으로서 신문을 만드는데 치열하게 고민했던 나날들에 대한 소회를 밝히니 비로소 마지막임이 실감 난다. 앞으로의 발행을 이어갈 후배들이 상술한 내용을 실현하는 한성대신문사로 거듭나는 데에 일조해 주기를 부탁한다. 특히나 본교의 경우 비슷한 학내 이슈가 되풀이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니 그 문제들을 꼼꼼히 되돌아 살펴보고, 끊임없이 펜을 움직이길 바란다. 의제를 끌고 나가는 힘이 강한 신문, 그래서 변화의 중심에 위치한 신문, 그것이 <한성대신문>이기를.
한혜정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