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를 구하기 위해 여러 구인 공고를 들여다보면, 일주일 노동시간이 15시간에 못 미치는 일자리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를 통상 ‘초단시간 노동’이라고 부른다. 즉, 초단시간 노동자란 근로계약을 통해 정한 노동시간이 일주일에 15시간 미만인 노동자를 뜻한다. 이들은 다른 노동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시간을 근무한다는 이유로 노동자가 누려야 할 기본 권리에서 소외된다.
과거 특수한 고용형태였던 초단시간 노동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증가하면서 현재는 일자리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초단시간 노동자는 올해 4월 기준 153만 4천여 명으로 2020년 4월 109만 3천여 명과 비교하면 3년 새 약 40% 증가했다. 연령별로 초단시간 노동자의 증가 폭을 살펴보면, 60세 이상 초단시간 노동자가 가장 컸고 20대가 그 뒤를 이었다. 지난 16일 용혜인(기본소득당) 의원이 주관한 ‘초단시간 노동자 권리찾기법 입법 촉구 국회 토론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대 초단시간 노동자는 2000년에서 2021년에 이르기까지 17만 4천여 명 증가했다.
문제는 초단시간 노동자가 단시간 노동자를 비롯한 노동자에게 주어지는 권리의 상당 부분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1주간의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이상 40시간 미만인 단시간 노동자와 40시간 이상 근무하는 통상 노동자에게만 적용되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초단시간 노동자는 『근로기준법』 제18조 제3항에 따라 주휴수당과 연차 유급휴가의 적용 대상에서 배제된다. 이때, 주휴수당이란 1주 동안의 근로일수를 개근한 노동자에게 주어지는 유급휴일을 임금으로 지급하는 제도다. 연차 유급휴가는 일정 기간 근로를 한 것으로 임금을 인정해주고 원하는 시기에 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 뿐만 아니다. 초단시간 노동자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4조 제1항에 따라 퇴직금을 받지 못한다. 퇴직하는 근로자는 계약 해지까지의 근무기간 기준으로 1년 단위 당 평균임금 30일분 이상을 퇴직금으로 지급받을 수 있는 것과 상이한 대목이다. 게다가 초단시간 노동자는 『국민연금법』, 『국민건강보험법』, 『고용보험법』에 의해 4대 사회보험 중 산업재해보상보험을 제외한 연금보험, 건강보험, 고용보험 등의 비용을 혼자 부담해야 한다.
여러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초단시간 노동자가 꾸준히 증가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고용주들이 ‘쪼개기 고용’을 애용하기 때문이다. 많은 고용주가 주휴수당이나 퇴직금 등의 인건비 절감을 목적으로, 초단시간 노동자 여러 명을 고용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알바연대의 분석에 따르면, 편의점 구인 공고 기준 전체 일자리의 61.3%가 초단시간 일자리였다. 이채은(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는 “초단시간 노동자 고용은 사업주들이 인력 고용의 유연성을 제고하는 방안으로 쓰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정흥준(서울과학기술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 혹은 자영업자가 초단시간 노동자들이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사실을 남용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이 같은 쪼개기 고용의 성행으로 인해 다수 청년층이 초단시간 일자리만을 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려 다수의 초단시간 일자리에 종사하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불가피하게 복수의 초단시간 노동을 하는 청년들은 1주간의 근무시간이 15시간을 넘기지만 초단시간 노동자로 간주됨에 따라 각종 권리에서 배제된다. 홍종민(알바연대) 대변인은 “많은 초단시간 노동자가 수입이 부족해 다른 초단시간 일자리 여러 개를 겸할 수 밖에 없다고 이야기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초단시간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법률에 명시된 각종 예외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법에서 규정하는 초단시간 노동자에 대한 차별적 조치를 철폐하고, 단시간 노동자와 통상 노동자로 체계를 단순화해 초단시간 노동자에게도 노동기본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백승호(가톨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제노동기구(ILO)에서는 노동시장 정책 등을 수립할 때 특정한 이유 없는 노동자 차별을 금지한다”며 “15시간 미만 일하는 사람과 이상 일하는 사람을 차별해야 할 타당한 이유가 없다”고 덧불였다. 또한 이병훈(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복지조건이 근로시간에 따라 비율적으로 차이는 있을 수 있다”면서도 “모든 노동자는 평등하게 보호받아야 하기 때문에 어느 한쪽의 노동 인권이 배제되는 식의 차별이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노동자의 권익 보호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인식 개선이 필수적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양승엽(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아르바이트를 비롯한 초단시간 노동을 용돈벌이나 부업 정도로 낮춰 보는 인식이 있는 경향이 있다”며 “노동자에 대한 존중과 모든 노동자가 노동기본권을 누릴 권리가 있다는 인식이 조속히 자리 잡아야 한다”고 전했다.
신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