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를 거닐기가 두려워진 적은 처음이다. 서울 신림동과 분당 서현역에서 1달 사이 2번이나 무차별 살상 범죄, ‘묻지마 칼부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이들을 추모하면서, 본인은 타국에서 빈발하는 총기난사 사고가 더 이상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적 안전망 확보는 여전히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이어 살인 예고 글이 잇따르면서 온 사회가 공포에 떨어야 했다. 이는 결국 오인 신고로 인한 과잉 진압 문제까지 낳고 말았다. 지난 5일 밤, ‘흉기를 들고 뛰어다니는 남자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무고한 10대 남성을 제압해 체포한 것이다. 해당 남성은 심한 부상을 입어, 경찰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는 경찰이 흉악범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물리력을 사용하는 등 강경 대응할 입장을 밝힌 것과 무관하지 않다.
흉악범죄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국민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강경 대응 방침을 세운 것은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그러나 강경 대응은 단기적인 예방책에 불과하다. 한정된 경찰력이 언제까지나 상시 현장 배치돼 있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보다 멀리 내다보고,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 이유다.
더 이상의 흉악범죄를 예방하려면 원인을 명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춘 예방책을 수립해야 한다. 다수의 범죄심리학자들은 ‘사회에 대한 분노’와 ‘현실에 대한 불만’을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꼽은 바 있다. 경찰은 각 사건별로 원인을 분석하는 데에서 그치지 말고 이상동기 범죄, 이른바 ‘묻지마 범죄’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원인은 무엇이 있는지 파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상동기 범죄의 공통적인 원인을 파악한다면, 잠재적인 범죄 요인 또한 공통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범죄 요인이 나타나는 곳에 사회적 안전망을 핀셋처럼 구축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08년, 지금의 사태와 유사한 무차별 살상 범죄가 발생했던 일본은 사회적 유대가 부족하다는 점과 경제적 빈곤을 공통적인 원인으로 분석하고, 사회적 고립을 겪고 있는 시민이 자원봉사자를 통해 다시 사회와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실행했다. 보다 넓은 범위에서 이상동기 범죄를 예방하려면, 이상동기 범죄의 공통적인 원인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흉악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땜질 식으로 경찰력을 전진 배치하는 작금의 방식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묻지마 범죄’라는 용어가 등장한 지 20년이 넘은 만큼 이제라도 진정한 해결책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때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 20년, 30년 후의 뉴스에도 ‘묻지마’라는 말이 등장할 것이다.
정상혁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