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법의 어제와 오늘> 중대법의 더 나은 쓸모를 위하여 (한성대신문, 592호)

    • 입력 2023-09-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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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3-09-18 00:00

경기도 성남시의 ‘정자교’가 붕괴돼 2명이 사망한 사건을 기억하는가. 최근 해당 지방자치단체장인 성남시장이 책임자로 지목되며, 사고 5개월여 만에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이는 『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에서 규정하는 ‘중대시민재해’ 1호 입건으로 이목을 끌었다. 인재(人災)의 발생에 대해서 엄중한 책임을 묻는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에 이르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또한 중대재해처벌법이 완벽한 법률이 되려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 등의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제정된 법률이다. 산업현장에서 발생한 사고 또는 유해 요인으로 인해 ▲노동자의 사망 ▲2명 이상의 부상자 발생 ▲3명 이상의 직업성 질병 환자 발생의 경우에 해당하면 중대산업재해로 인정된다. 중대시민재해는 공중이용시설이나 공중교통수단에서 설계나 관리상의 결함으로 인해 사망자가 발생하거나, 10명 이상의 부상자나 질병자가 나온 사고를 지칭한다. 중대재해처벌법에서는 이 같은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를 안전·보건에 관한 최종 책임자로 보고 처벌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되기 전인 2011년부터 2021년까지 매년 산업재해로 약 1,700여 명에서 2,100여 명이 숨졌다. 2018년 발생한 산업재해인 이른바 ‘김용균 사건’이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의 도화선이 됐다. 안전관리 부실로 인한 사망이었기에 ‘최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노동계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경영계의 반대로 중대재해처벌법은 번번이 제정에 이르지 못했다. 중소기업에게 큰 부담이 될 뿐 아니라, 하청 업체에서 발생한 산업재해를 원청 업체가 책임지는 것은 부당하다는 반박이었다.

결국 2021년 1월 김용균 사건이 벌어진 지 2년만에 법이 제정됐고, 이듬해 시행됐다. 안전사고가 일어나면 기업 총수, 고위 공무원 등 최고 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권이 확보된 셈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산업재해와 시민재해를 완전히 예방하기에는 여전히 빈틈이 있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5인 미만의 사업장은 안전 체계를 갖추기에 영세하다는 이유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대상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5인 미만 사업장의 산업재해 사망자는 572명으로 여타 규모의 사업장에 비해 많았다. 또한 노동자가 5인 이상인 사업장이 법망을 피하기 위해 사업장을 쪼개는 꼼수를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손익찬 (중대재해 없는 세상 만들기 운동본부) 변호사는 “사업장 쪼개기는 『 근로기준법』상 사용자의 의무를 피할 목적으로 이전부터 나타나던 현상”이라며 “이를 막기 위해 중대재해처벌법을 모든 사업장에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고 지적했다.

중대시민재해가 발생하는 장소를 특정하고 있다는 것 또한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3조 에서는 ‘공중이용시설’이 어느 곳인지 특정하고 있고, 이에 해당되는 시설에서 벌어진 재해여야 중대시민재해로 판단될 수 있다. 하지만 시행령에서 규정하는 공중이용시설의 범위가 협소한 탓에, 큰 인명피해가 발생해도 중대시민재해에 해당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한다. 실제로 10·29 참사는 15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대규모 재난이었음에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에 일반 도로는 공중이용시설에 포함돼 있지 않아 중대시민재해로 인정되지 않았다. 때문에 장소를 지나치게 특정하기보다는 위험 방지 의무가 지켜지고 예방 조치가 이뤄졌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손 변호사는 “지금 시행령에서 정하고 있는 장소의 범위는 좁다”며 “재난 예방 의무를 다하지 못했을 때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처벌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중대재해처벌법의 명확한 개선점은 보완해 나가되, 얼마나 실효성을 갖는지 꾸준히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시행된 지 2년도 채 되지 않았기에, 실효성을 파악하며 법률의 빈틈을 메워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영만(법무법인 이목) 변호사는 “법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실효성과 부작용을 확인하면서 순차적으로 적용 범위 등을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법률은 보완해 나가되, 현장은 법률에만 의존하지 않고 안전 수준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황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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