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Next Level : 자율주행 시대 (한성대신문, 592호)

    • 입력 2023-09-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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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3-09-18 00:00

스스로 운전하는 자동차

어릴 적, 사람이 운전하지 않아도 자동차가 스스로 다니는 도시의 모습을 그려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것이 현실로 우리 앞에 다가왔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해 9월, 오는 2027년까지 운전자 없는 주행이 가능한 수준의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해 자유로운 이동을 구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전일용(성균관대학교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자율주행차는 머지않은 미래에 보편화될 것으로 예측되고, 많은 문화가 변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석준(KAIST 조천식모빌리티대학원 AVE 연구실) 연구원은 “자율주행은 운전자의 편의 증대뿐만 아니라, 인간 운전자의 실수로부터 비롯되는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사람없이 스스로 운전하는 자율주행차의 원리는 무엇일까. 먼저 ‘자동’과 ‘자율’의 기술적인 의미를 파악해야 한다. 자동과 자율은 기술 분야 용어로서 확연한 의미 차이를 보인다. 자동은 입력돼 있는 데이터에 따라서 정해진 규칙만 따르는 상태다. 반면 자율은 상황을 자체적으로 판단해 스스로 선택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한국ITS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남두희(한성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는 “자동차에서 자동주행은 운전자가 항상 운전에 개입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하지만 자율주행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자율주행차가 움직이는 원리는 크게 ▲인지 ▲판단 ▲제어의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인지’ 기능은 인간의 ‘눈’과 같은 역할을 하며 주변 환경을 파악하고 감지한다. ▲레이더 ▲라이다 ▲카메라 등의 ‘센서’들이 차량에 달려 있어 볼 수 있는 범위에 있는 주변 물체를 감지한다.

‘레이더’는 전자기파*를 발사한 후 반사돼 오는 전파를 분석해 주변 사물과의 거리와 속도, 방향 등의 정보를 추출해 도로 상황을 인지하는 센서다. 레이더는 날씨와 시간 등의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는 전파를 사용하기에 성능이 저하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레이더는 라이다에 비해 정확도가 부족하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전 교수는 “일반적으로 라이다는 카메라 없이도 비교적 정확한 판단이 가능하지만, 레이더는 카메라와 함께 사용해 정확도를 높인다”고 설명했다.

라이다는 전파 대신 빛을 보내고 받으며, 빛이 나갔다 들어오는 시간을 계산해 주변 사물의 위치와 방향을 알아낸다. 라이다는 레이더에 비해 방향과 거리 측정의 정확도가 높은 편이지만, 기상 상황에 영향을 받는다. 박태희(동명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라이다는 사물의 형태와 각도를 정밀히 측정하고 속도가 빠르지만, 비나 눈 등 기상 악화 시에는 성능이 저하된다는 단점이 있다”고 전했다.

레이더와 라이다가 가진 각각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자율주행에서는 복수의 감지 기술을 통해 주변 환경에 대해 정확한 지도를 생성하는 ‘센서 퓨전(Sensor Fusion)’이라는 기술이 다수 채택된다. 이 연구원은 “눈과 비가 많이 오는 환경에서는 레이더의 측정치를, 날씨가 맑은 환경에서는 라이다의 측정치를 우선시 고려하는 방법이 있다”고 전했다. 박 교수는 또한 “자율주행차는 라이다를 레이더와 함께 사용해 정확하게 주행 환경을 인식하고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율주행을 위한 주행환경 파악에 있어서 카메라를 통한 영상인식 기술 또한 빠질 수 없다. 차선과 같이 도로 위에 밀착돼 있어 입체감이 없는 요소는 레이더나 라이다의 방식으로 인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에는 렌즈가 1개인 ‘모노 카메라’가 사용되기도 하고, 2대의 카메라를 하나로 묶은 형태이거나 2대의 렌즈가 장착된 ‘스테레오 카메라’가 쓰이기도 한다. 모노 카메라는 2D 정보만을 파악할 수 있지만, 스테레오 카메라는 인간의 양안시와 같은 원리로 원근에 대한 정보가 추가된 3D 정보를 알아낼 수 있다. 전 교수는 “사람이 두 눈으로 원근을 판단하는 것처럼, 스테레오 카메라도 왼쪽, 오른쪽 각각의 이미지를 조합해 3차원 영상을 만들어낸다”며 “모노 카메라와 달리 물체의 종류 상관없이 인식할 수 있으며, 물체들이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를 찾아낸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러한 레이더, 라이다, 카메라 등의 센서는 장애물 너머의 사물까지 보는것에 한계가 있어, 인터넷 기술을 통해 저장된 데이터 정보를 수신해 교환하고 통신하는 ‘사물인터넷 기술(이하 IoT 기술)’을 함께 사용한다. 이 연구원은 “센서만으로는 높은 울타리가 있는 사거리에서 울타리 너머 수직 방향으로 접근하는 다른 차량을 인지할 수 없다”며 “IoT 기술을 통해 센서가 보지 못하는 차량이 어디에서 어떤 속도로 접근하는지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다양한 방식으로 ‘인지’ 단계를 거친 다음 ‘판단’ 단계로 넘어간다. 판단 기능은 자율주행차의 ‘뇌’ 역할을 맡는다. 앞서 설명한 센서들로부터 받아들인 정보를 처리하고 분석한다. 판단 과정은 인간이 아닌 기계가 생각을 통해 운전 전략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는 ‘머신러닝 모델’과 ‘딥러닝 모델’ 인공지능을 이용해 인지 단계에서 얻은 데이터를 파악하고 이해한다.

머신러닝 모델은 주어진 데이터를 분석하고 학습하는 방식의 인공지능이다. 인간처럼 스스로 생각을 확장하지는 않기 때문에, 부정확한 예측이 나오는 경우 인간이 개입해 조정해야 한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자율주행차에서 머신러닝 모델은 인지 단계를 통해 얻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특정 기능을 수행하는 데 더욱 능숙해지지만, 부정확한 예측이 나와 그 결과 값을 인간에게 떠넘기는 경우 엔지니어가 개입해 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딥러닝 모델은 머신러닝 모델과 달리 스스로 예측의 정확성 여부를 판단한다. 따라서 인간의 개입이 불필요하다. 하지만 딥러닝 모델은 예측과 결과를 내는 과정에 인간이 개입하지 않기에, 딥러닝 모델이 왜 그러한 결과를 도출했는지 알아낼 수 있는 가능성이 적다. 이 연구원은 “딥러닝 모델로부터 어떠한 결과를 얻었을 때, 왜 그러한 결과를 도출했는지 인간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각자의 특징들로 인해 전문가들은 안전한 자율주행을 위해서는 머신러닝 모델과 딥러닝 모델을 적절히 사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연구원은 “안전한 자율주행을 위해서는 사람이 이해하고 검증할 수 있는 방식으로 결과를 도출하는 머신러닝 모델과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해 좋은 결과를 내는 딥러닝 모델을 적절히 사용해야 한다”며 “최근에는 이 둘을 융합하는 연구도 많이 진행되는 추세”라고 밝혔다.

마지막 ‘제어’ 단계는 인간의 ‘신체’와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해당 단계에서는 인공지능이 인지하고 학습한 내용을 바탕으로 판단을 내리면, 시스템이 속도와 방향을 조절하는 등 차량을 제어한다. 상술한 인지와 판단 단계 이후 제어 단계를 통해 자율주행차가 스스로 운전하는 것이다.

*전자기파 : 전기가 흐를 때 그 주위에 발생하는 전기력이 전달되는 공간과 자석이나 전류에 의해 자기력이 작용하는 공간이 주기적으로 바뀌며 나타나는 파동



▲제주 ‘탐라자율차’의 외관

미래를 여는 제주

자율주행차를 체험해 보기 위해 제주로 향했다. 기자가 제주로 향한 이유는 다름 아닌 국내 최초 민간 자율주행 서비스를 개시한 ‘라이드플럭스’ 본사가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라이드플럭스가 제주에 본사를 둔 이유는 무엇일까. 관광 등의 목적으로 방문하는 이가 많고, 도내 대중교통이 다소 불편하기에 모빌리티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높다는 제주의 특징이 첫 번째 이유다. 복잡한 도심의 도로환경과 변화무쌍한 기상환경 등도 라이드플럭스가 제주로 온 이유다. 한 마디로, 작은 면적 안에서 자율주행 기술을 테스트할 수 있는 다양한 환경이 조성돼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기반을 바탕으로 라이드 플럭스는 제주에서 자율주행 기술을 시험하고 있다. 김윤관(라이드플럭스) PM은 “자율주행 기술의 도입을 통해 이동수단의 발전 방향이 변화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면 운전자의 부주의로 인한 교통사고와 운전 시간 또한 감소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전했다.

듣기만 해서는 원리를 이해하기 어려운 자율주행차, 그 기술력이 실제로 어떻게 구현되는지 파악하려면 자율주행차를 기자가 타보는 수밖에 없다. 제주 관광객과 지역 주민 누구나 무료로 이용 가능한 자율주행 모빌리티 서비스인 ‘탐라자율차’를 타고 직접 제주 해안도로를 약 40분간 달렸다.

운전석엔 라이드플럭스의 엔지니어가 동행했다. 차량이 출발하고, 달리는 모습을 지켜보니 운전자가 필요한 이유를 알았다. 자율주행이더라도 아직 수동 주행해야 하는 부분들이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 보호구역을 지날 때, 정차된 차량이 길을 막고 있을 때, 도로에서 공사가 벌어질 때 등 도로 위 다양한 변수가 수동 운전을 필요로 했다. 시스템에서 수동 운전 모드로 전환한다는 신호를 주자 운전석에 앉은 엔지니어가 직접 운전대를 잡는다. ‘지금의 기술력이 이렇게나 잠깐씩 운전해도 되는 정도라면, 미래에는 운전석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차량 내부에 설치된 모니터로는 자율주행차의 인지 기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실시간으로 3D 지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지나가는 사람도 실시간으로 기둥 모양으로 보이고, 건물들은 직사각형 기둥으로 나타난다. 사람이 아닌 작은 동물들도 인지하는지 엔지니어에게 물어보니, 크기에 따라 다른데 작은 경우에는 아직 인지하지 못한다고 한다. ‘아직은 완전하지 못하지만, 더욱 발전된 기술을 통해 ‘로드킬’도 사라지는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자율주행차, 아직 상용화까지 한참 남은 기술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제주의 사정은 달랐다. 대중교통처럼 제주국제공항에서 출발해 지정된 정류소에서 내릴 수 있는 서비스부터, 공항 혹은 숙소에 맡긴 짐을 배송해 주는 자율주행 물류 서비스까지 가능한 탐라자율차를 이용할 수 있다. 제주로 떠난다면 자율주행차로 한층 더 편리해질 우리의 미래를 예습해보는 것은 어떨까.

박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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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특별자치도 중앙협력본부 초청으로 진행하는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 제주 팸투어’에 참여해 작성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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