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산에 올라> 이 돈이면 넷플릭스가 몇 개월? (한성대신문, 592호)

    • 입력 2023-09-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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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3-09-18 00:00

얼마 전 보고 싶은 영화가 생겨 몇 년 만에 표를 예매하려 가격을 봤더니 다소 충격적이었다. CGV에서 성인 기준으로 평일 오후엔 13,000원이며 주말에는 무려 15,000원이었다. 코로나 시국 이전인 2019년보다 4,000원 인상된 금액이며 이는 넷플릭스의 프리미엄 구독료와 맞먹는 가격이다. 이런 비정상적인 가격 인상에 영화 소비자들은 등을 돌리고 있다.

먼저, 가격 인상의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코로나 여파로 발생한 손실을 채우려는 것도 그 이유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국내 영화관 시장 1위인 CGV의 영향도 크다. 2016년 CGV는 튀르키예 1위 영화관 업체 ‘마르스엔터’를 무리하게 인수하며 3천5백억 원에 달하는 금액을 갚아야 하는 상황에 부닥쳤으며 뒤이어 동남아에 영화관 사업을 확장하다가 차질이 생겨 빚이 더해졌다. 이렇게 여러 이유로 발생한 손실을 메꾸기 위해 CGV는 관람료를 인상하는 결정을 할 수밖에 없던 것이었다. 하지만,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도 이에 따라 관람료 인상에 나선 것이 문제다. 압도적으로 시장 1위를 달리던 업체가 가격을 인상하니 똑같이 돈을 벌기 위해 덩달아 따라간 셈이다. 결국, 이런 상황들이 쌓여 현재 극장표 값이 매겨지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가격 인상이 매출에 도움이 됐을까? CGV는 거리두기 해제 직후 식음료 매출이 186% 가까이 상승했고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도 간간이 등장하며 언뜻 불경기가 해결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소비자들의 불만과 변해버린 인식이다.

인상된 가격에 비해 영화관 시설과 품질은 몇 년 전과 다를 바가 없으니 많은 불만이 쏟아진다. 또한, 극장에 방문해 영화를 보는 것보다 OTT 서비스를 구독해 집에서 편하게 시청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으니 현재는 OTT가 영화관의 보완재가 아닌 대체재가 되어가는 추세다. 하지만 아직 극장에서 영화를 찾는 사람들이 남아 있기에 영화관 업체들은 극장을 다시 일으키고 관객들도 다시 끌어들일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에 대한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이준철(문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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