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학송> 블랙홀이 지나간 자리에서(한성대신문, 518호)

    • 입력 2016-11-07 15:23

중력이 너무 강해서 빛조차 탈출할 수 없는 행성, 블랙홀. 태양계에는 없을 줄 알았던 이 블랙홀이 우리나라 한복판에, 그것도 정치권에서 등장했다. 국기문란, 헌정파괴 등의 단어가 난무하고, 온 나라가 상실감에 빠졌다. 그리고 이 블랙홀은 모든 사람들의 관심까지 다 빨아들이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 난리 중에 사회의 크고 작은 문제들까지 모두 빨려들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학기 내내 미뤄졌던 2기 대학구조개혁평가 위원회 구성 문제도 여기서 예외가 아니다. 우리학교는 재정지원제한대학에서 벗어나기 위해 학내의 수많은 부분들을 고치고 바꿨다.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D+등급을 받은 만큼, 고쳐야할 범위도 넓고, 할 과제도 많았다. 이를 위해 1기 위원회가 출범했다. 학사구조개편, 장학제도정비, 학내시설물 정비 등등 다양한 분야에 손이 갔다. 물론, 학내 구성원들의 여론을 모으고, 합의를 얻어내는 데는 실패했지만, 결과도 나름 성공적이었다. 실제로 우리학교는 재정지원제한대학에서 탈출했다.
그런데 이것을 지속할 2기 위원회의 구성이 계속 늦어지고 있다. 대학구조개혁평가 위원회는 단순히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평가만을 대비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컨설팅 후속조치로 학교에서 진행하고 있는 모든 과제를 총괄하는 중요한 기구다. 후속과제의 단적인 예로 학사구조개편과 관련된 사항들이 있다. 만약 남은 2학기 기간 동안에 2기 위원회가 서지 못한다면, 내년 신입생 학사일정, 트랙제도 정착 등 다양한 문제에서 학생들과 교직원들의 심각한 혼란이 예상된다.
현재 상황이 이런데도, 일각에서는 현재 불안한 정국에 따라서 대학구조개혁평가의 방향이 바뀔 수도 있기 때문에, 그에 맞춘 2기 위원회를 준비해야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물론 정국을 살피는 것은 필요한 일이지만, 현재 1기 위원회의 뒤를 이을 수 있는 행정조직을 빠르게 구성해서 행정 공백을 최소화하는 것은 이보다 훨씬 중요한 일이다. 게다가 교육부가 2017년에 대학구조개혁평가를 진행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내놓은 만큼, 위원회를 빠르게 구성해서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다.
나라 안에 생긴 커다란 블랙홀이 얼마나 더 커질지, 그에 따라 우리의 상실감이 얼마나 더 깊어질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상실감에 온 정신을 다 뺏겨서는 안 된다. 2기 위원회 구성 문제처럼 모든 학내 구성원들을 둘러싼 여러 사건들이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혼란이 거셀수록 구성원들은 자신들의 주변 상황을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필요한 것들을 학교나 책임기관에 요구할 수 있는 의지를 지녀야한다. 만약 이 혼란에 휩싸여 방심하고 안주한다면, 초유의 블랙홀이 훑고 지나간 자리에서 우리는 또 다른 상실감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박종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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