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집회·시위에 제동을 거는 경찰, 과거 우리나라의 모습이 아니다. 경찰청이 지난 21일 발표한 ‘집회·시위 문화 개선방안(이하 개선방안)’에는 집회·시위를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심야 시간대 집회·시위 금지 추진’, ‘집회·시위 신고 접수 단계에서의 제한·금지 통지 적극 검토’ 등이 그것이다.
경찰청은 소음 방지와 같은 국민의 평온권 보장을 위해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를 집회·시위 금지 시간으로 규정하도록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피해를 유발할 수준인지 확실치 않은 소음의 발생을 막기 위한 특정 시간대의 집회·시위 완전 봉쇄는 목적에 맞지 않는 과도한 조치다. 소음 규제가 목적이라면 이미 존재하는 소음 규제 기준에 따라 피해 정도를 판단하고 규제하면 되니 말이다.
혹자는 집회·시위가 심야 외 시간대에도 충분히 개최될 수 있기에 심야 시간대의 집회·시위 금지가 타당하다고 반박할 수 있다. 하지만 집회·시위를 통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해야 하는 사람들 대다수는 노동자다. 낮 시간대에는 생업에 종사해야 하는 사람들을 위해 집회·시위 개최 시간대에는 제한이 없어야 함이 마땅하다.
집회·시위 신고접수 단계에서 금지 통지를 검토하는 것 역시 문제다. ‘집회허가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교통질서 저해 등을 방지하기 위한 집회·시위 방식 일부 제한은 공공질서를 수호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이해된다. 그러나 이는 국가가 집회·시위에 대한 허가를 내려야 개최가 가능한 집회허가제를 시행하는 것과 다르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집회·결사의 자유는 『대한민국헌법』에서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으로, 정당한 사유 없이 제한될 수 없다. 국민이 기본권을 행사하는 데 있어 국가의 허가를 얻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기본권 행사가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면, 이는 민주 국가라고 말할 수 없다.
경찰청은 집회·결사의 자유를 억압하는 개선방안을 철회해야 한다. 거리로 나선 사람들에게 집회·시위는 ‘최후의 수단’일 수 있다. 마지막 방법으로서 집회·시위를 택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막으려 하기보다는, 그들이 거리로 나온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자 하는 국가가 되기를 염원한다.
박건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