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금 써도 관리·감독 없어, 감사기구 신설돼야
패션디자인전공 학생들은 졸업 논문 대신 졸업작품패션쇼로 대체한다. 이를 위해 패션디자인전공 졸업준비위원회(이하 패디 졸준위)위원들은 졸업작품패션쇼에 필요한 장소대여, 위탁업체 계약, 부수물자 구입 등의 업무를 맡는다. 10월 20일 한성대학교 대나무숲(페이스북 페이지)에 패디 졸준위의 영수증 분실에 관한 제보글이 게시되면서 이 일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게시글들이 차례로 올라와 논란이 됐다.
패디 졸준위는 이에 대해 해명하기 위해 10월 26일 진리관 202호에서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우진(패디 4) 패디 졸준위원장은 “영수증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점에 대해, 저의 잘못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간담회는 통장 스캔본과 관련 계약서 및 서류 등을 공개하고 공금 사용에 대한 내용을 이 위원장이 구두로 설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번 졸업작품패션쇼에는 패디 졸준위 위원 6명 포함 78명이 참가했다. 공고를 통해 선발된 패디 졸준위 구성원들은 위원으로 활동하는 대신 1백만 원의 졸업작품패션쇼 비용을 납부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72명의 학생들이 각각 1백만 원씩 총 7천2백만 원을 납부했다. 학과지원금 2천만 원을 포함하여 패디 졸준위는 총 9천2백만 원의 공금을 운용했다.
공금은 이 위원장의 이름으로 된 개인명의통장으로 입금되었다. 이 이유에 대해 이 위원장은 과내 자치기구로 돈을 운용하는 경우 학교 명의의 통장으로 개설되지 않는다. 학생들의 돈을 납부받기 때문에, 조교나 교수의 이름으로 통장을 개설할 수도 없다. 따라서 패디 졸준위 대표 이름으로 통장을 개설해 학생들의 돈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학과지원금 2천만 원에 대해서는 학교가 담당회사와 직접 거래했으며, 그 자리에 과 조교와 본인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이 날 이 위원장은 영수증을 폐기한 이유에 대해 “정산하는 과정에서 잉크가 휘발된 영수증이 있었다. 또한 대부분의 경우, 카드로 계산하여 통장에 거래내역이 기록됐기 때문에 영수증 관리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했다”며, “현금인출 및 영수증 관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정해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인수인계를 철저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사건을 통해 9천2백만 원이라는 상당한 액수가 공금으로 사용됨에도 불구하고, 학과 내 자치기구에 대해서는 감사기구가 없다는 점이 드러났다. 학생회와 공개기구와 같은 경우, 학생회비 사용 후 대의원총회를 통해 사용 내역에 대해 감사를 받는다. 하지만 패디 졸준위처럼 학과 내에서 만든 자치기구의 경우에는, 공금을 스스로 관리·감독해야 한다.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곳은 패션디자인 전공 한 곳에 불과하지만, 현재 논문 대체로 졸업 작품을 내는 다른 과들 또한 대부분 위와 같은 관행에 따라 졸업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공금 관리에 대한 논란이 또 벌어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자체적으로 공금을 운영하는 자치기구들에 대한 관리·감독 시스템이 필요한 시점이다.
유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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