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발길 끊긴 청년몰 多 복구 희망은 有 (한성대신문, 594호)

    • 입력 2023-1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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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3-11-09 12:39

‘청년몰’이 실패했다. 지난 2021년에 신정훈(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0년에 개점한 672곳의 청년몰 내 점포 중에서 영업 중이었던 점포는 단 285곳(42.4%)에 불과했다. 86곳(12.8%)의 점포는 이전했으며, 18곳(2.7%)은 휴업, 283곳(42.1%)은 폐업했다. 전통시장의 재생을 위해 투입된 청년몰이 전통시장과 함께 무너지고 있다는 신호다.

청년몰은 전통시장이나 쇠락한 상권에 다시 소비자가 유입될 수 있도록 돕고, 청년의 창업 또한 진흥시킬 목적으로 지난 2016년 시작된 사업이다. 전통시장이나 상점가의 일정 구역에 조성되는 청년몰은 만 39세 이하의 청년상인이 운영하는 점포만 입점할 수 있다. 청년몰에 입점한 상인은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 제16조에 따라 창업 시 필요한 임대료, 교육, 컨설팅 등의 지원을 받는다.

전문가들은 각 청년몰만의 특색이 있는 사업 아이템이 부재해 소비자의 방문을 유도하지 못했던 점을 가장 큰 패인으로 꼽았다. 청년몰은 전통시장 안에서도 공실이 발생하는 2층 등지에 주로 입점됐다. 그렇기에 더욱이 손님을 끌어모을 수 있는 특별한 경쟁력이 필요했으나, 창업 이전의 사전 교육 단계에서 사업 아이템의 특이점이나 생존 가능성 등이 심층적으로 검증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임현철(대구가톨릭대학교 외식조리학과) 교수는 “청년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색다른 서비스, 메뉴 등의 차별화가 적었다”며 “청년몰에서 판매하는 제품과 시중 상가에서 판매하는 제품 간에 큰 차이가 없다 보니 소비자가 청년몰보다 입지가 좋은 곳에서 상품을 구매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갑연(국립안동대학교 무역학과) 교수는 “요식업 등으로만 청년몰이 운영되다 보니 실패가 많아진 것으로 추측된다”며 “사전 컨설팅의 역할이 더 커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공실이 자주 발생하는 곳에 입점한 만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가 보다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섰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청년몰이 손님이 찾기 힘든 곳에 위치해 있는 데 비해 안내판과 같은 오프라인 상의 홍보가 부족해 기존 전통시장 방문객의 유입이 어렵다는 의견이다. 온라인을 통한 홍보 역시 미비해, 전통시장을 주로 찾는 사람들 이외에는 청년몰의 존재조차 알기 어려워 소비자층의 다변화를 이뤄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현재 서울에 남은 유일한 청년몰로, 경동시장에 입점해 있는 ‘서울훼미리’의 전훈(서울훼미리 청년상인) 대표는 “전통시장 현장에서 알림판 같은 안내 체계가 확충되는 등 홍보가 더 이뤄지면 좋겠다”고 전했다.

지자체의 청년몰 관리를 맡는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청년몰의 존속을 위한 조치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실제로 수도권에 위치한 청년몰 4곳이 소속된 지자체 중 3곳은 청년몰 담당 인원이 1명이었고, 1곳은 그마저도 존재하지 않았다. 임 교수는 “담당 공무원이 여러 업무를 맡다 보니 평소에는 청년몰 문제에 관심이 크게 없는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

전통시장이 청년몰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음에도 무리하게 조성부터 추진한 것도 또 다른 패착으로 꼽힌다. 청년몰이 위치한 전통시장 내에 손님들이 이용할 수 있는 주차장이나 냉·난방 시설, 화장실 등이 갖춰져 있지 않은 점이 소비자의 유입을 막았다는 지적이다. 청년몰 입점을 통해 유동 인구의 증대를 노렸다면, 기대하는 유동 인구를 감당할 수 있는 기반시설을 함께 조성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 교수는 “지자체가 홍보 목적으로 빠르게 청년몰을 입점시키다 보니, 사람들이 많이 유입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되지 못했다”며 “시설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불편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각 청년몰이 위치한 지역이나 전통시장의 특징 등을 고려해 다른 상점가와 뚜렷이 구분되는 콘셉트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청년몰 내의 점포들은 콘셉트에 맞게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등 변화를 꾀할 수 있다고 분석된다. 특색있는 콘셉트 외에도 각 점포의 업종과 사업 아이템을 차별화하는 것 역시 방문객 유입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이를 위해서는 입점 전 사전 교육 및 컨설팅 과정에서 사업 아이템의 가치와 지속 가능성 여부 등을 더 다양한 전문가에게 조언받을 수 있는 환경의 조성이 강조된다. 더 다양한 전문가에게 자문을 받는다면 더 좋은 사업 아이템을 찾을 수 있을 것이고, 이는 곧 방문객 유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임 교수는 “한 업체에 컨설팅을 모두 맡기는 경우가 많다”며 “외식업, 서비스업, 유통업 등 사업 아이템에 맞는 분야의 전문가에게 컨설팅을 받을 필요가 있고, 각 분야별로 컨설팅을 진행하는 사람의 수도 많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지자체가 온·오프라인 양면에서 기존보다 홍보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도 역설했다.청년몰 점포가 온라인에서도 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온라인 몰’을 개설한다면 오프라인 소비자 유입 방안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함께 제시된다. 실제로 전통시장의 점포 일부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주도로 ‘온라인 전통시장관’에 입점해 매출 증진과 소비자 유입의 효과를 얻고 있다. 정 교수는 “청년몰의 홍보는 지자체의 홍보와 함께 어우러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지자체 홈페이지나 방송국 등을 활용해 마케팅이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은희(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지금은 SNS 시대이기 때문에 상점이 이슈가 될 경우 소비자가 방문한다”며 SNS를 활용한 홍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청년몰의 사후 관리가 원활히 이뤄지려면 지자체가 창업 컨설팅 등의 경험이 있는 전문가를 청년몰 관리 담당자로 초빙하는 방안도 제기된다. 전문가가 경험을 바탕으로 홍보와 컨설팅 등 교육을 담당한다면 청년몰이 재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임 교수는 “관련 경험이 있는 인력을 초빙해 청년몰 관련 업무를 집중적으로 담당할 경우, 전문성이 올라가게 되고 이는 자연스레 높은 성과로 이어진다”며 “전통시장과 청년창업의 실패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만큼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을 초빙하는 방안이 적극 검토돼야 한다”고 전했다.

전통시장의 편의시설을 재정비해 소비자가 청년몰을 보다 편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된다. 주차장이나 화장실 등이 확충된다면 재방문하는 소비자도 늘어나 청년몰과 전통시장이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내다보는 의견이다. 정 교수는 “편의시설 개선은 이용자들의 불편 해소를 위해 필요하다”며 “전통시장 개선 사업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약 5년 이내로 편의시설은 개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정부 차원에서 각 청년몰의 성공 요인과 실패 요인을 분석하는 것도 놓쳐서는 안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각각의 요인을 파악한 후 정부가 청년몰 활성화 관련 정책을 준비하거나, 청년창업이나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에 활용한다면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임 교수는 “상권 입지 전문가나 창업 전문가 등 관련 전문가들과 청년몰을 분석해 적용한다면, 청년몰 사업을 다시 성공의 기회로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언했다.

박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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