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드론으로 촬영한 영상을 시청한 적 있는가. 드론 덕분에 우리는 평소 볼 수 없었던 광경을 편하게 볼 수 있게 됐다. 이제 드론 촬영이 없는 프로그램은 밋밋하게 느껴질 정도다. 드론은 이러한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할 뿐 아니라 우리를 돕는 역할도 하고 있다. 드론 덕분에 실종자를 빠르게 구조해 사고를 막았던 적도 있다. 하지만 드론을 악용한 범죄 소식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드론이 우리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높아지는데, 부작용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이것들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김유성 기자
권수연 기자
드론은 사전적으로 조종자가 탑승하지 않은 상태로 나아가는 비행체를 뜻한다. 프로펠러를 통해 비행하는 드론의 소리가 벌의 날갯짓 소리와 흡사해 수벌을 뜻하는 ‘Drone’으로부터 이름이 유래됐다. 드론은 크게 두 종류가 존재한다. 우선 ‘고정익 드론’은 비행기처럼 날개가 고정돼 있어 장시간 동안 높은 고도에서 비행할 수 있다. 때문에 넓은 범위를 촬영할 때 쓰인다. 이와 달리 드론에 달린 프로펠러가 회전하며 비행하는 ‘회전익 드론’은 방향 전환이 자유로워 더욱 보편적으로 사용된다.
전장이나 대규모 건설 현장, 제방 등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울 수 있는 곳에 드론을 투입하는 일이 꾸준히 늘고 있다. 실제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양국 모두 드론을 통한 공격을 감행한 바 있다. 드론의 기술이 발달하며 전장에서 공격의 기능을 수행하게 되고, 현대 전투에서 드론이 전쟁의 판도를 바꿀 열쇠로 주목받는 것이다. 임헌영(경운대학교 무인기공학과) 교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론의 전투적 활용성이 증가한 것처럼, 드론은 사람이 하기 어려운 일을 대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드론의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범죄에 악용되는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2021년에는 고층 아파트 주변에서 드론을 띄워 아파트 내부 주민의 사생활을 촬영한 일당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영국에서는 드론에 마약, 휴대전화 등을 실어 교도소 안으로 날려 보내는 사례가 적발되기도 했다. 위진아(용인예술과학대학교 드론기계과) 교수는 “드론이 많이 활용되다 보니 그와 관련한 사회적 문제도 증가하고 있다”며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을 체포하듯이 범법 행위에 이용되는 드론을 잡는 안티드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드론으로 인한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방안으로 ‘안티드론’ 사용을 확대해야 한다고 전언한다. 안티드론이란 사생활 침해 등 범죄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드론을 무력화하는 기술을 지칭한다. 드론을 무력화하려면 각 드론이 합법적인 비행을 하고 있는지 구분하는 등의 기능이 필요한데, 이는 대부분 지상의 고정형 안티드론을 통해 실현된다. 안티드론을 휴대하며 드론을 발견했을 때 즉각적으로 전파를 발사해 기능을 무력화시키는 휴대용 안티드론도 존재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안티드론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며 관련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위 교수는 “드론의 통신을 방해하거나 비행반경을 제한하고, 비행 능력 무력화에 따른 추락 등 드론이 온전하게 운영되는 것을 방해하는 모든 기술이 안티드론”이라고 설명했다.
안티드론 기술은 크게 ▲탐지 ▲식별 ▲무력화 단계를 거쳐 실현된다. ‘탐지’란 신원 미상의 비행체가 출현하면 그것이 드론인지를 확인하는 과정을 말한다. ▲레이더 탐지 기술 ▲열화상카메라 탐지 기술 ▲음향 탐지 기술 ▲RF(Radio Frequency) 탐지 기술 등이 쓰인다.
‘레이더 탐지 기술’은 12~18GHz(기가헤르츠)의 전자파를 방사해 드론의 위치를 탐지하는 기술이다. 발사된 전자파가 신원 미상의 비행체에 부딪혀 반사돼 레이더 수신부에 돌아오면 반사된 물체의 위치나 고도 등의 정보를 산출한다. 산출된 정보를 통해 미확인 비행체가 드론인지 아닌지 탐지하는 것이다. 탐지할 수 있는 거리가 길고 탐지 정확성이 높은 점이 장점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레이더 탐지 기술은 항공기와 같이 크기가 큰 기체를 탐지할 목적으로 개발됐기에, 크기가 작은 드론이 전자파를 보내는 곳 가까이에 오면 탐지가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임 교수는 “레이더 탐지 기술은 항공기와 같이 크기가 큰 비행체를 대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위협이 될 만한 소형 드론은 탐지가 어렵다는 한계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열화상카메라 탐지 기술’은 열화상카메라를 통해 수집된 영상으로부터 드론의 모양 등을 인식해 탐지하는 기술이다. 야간과 같이 육안으로 드론의 존재를 알아차리기 어려운 경우에도 사용 가능하다. 그러나 크기가 작은 드론이 빠른 속도로 움직일 경우, 드론의 움직임을 따라가기 어려워 탐지하는 데 한계가 있다. 임진택(전주비전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는 “계속해서 움직이는 드론의 특성상 열화상카메라로 드론을 탐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드론이 내는 모터 소리나 프로펠러 소리 등을 이용하는 ‘음향 탐지 기술’도 존재한다. 각 드론 고유의 소리 데이터를 미리 저장하고 이를 탐지 기술에 사용하기에, 드론의 종류를 구별하는 데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소리 데이터 최신화가 주기적으로 이뤄져야 하고, 주변에서 발생하는 잡음에 취약하다는 것이 개선해 나가야 할 점으로 꼽힌다.
‘RF 탐지 기술’은 드론에서 전송하는 전파를 구분해 드론을 탐지하는 기술이다. 5GHz 대역의 주파수에서 조종자와 전파를 송·수신하는 보통의 드론은 비행 이전 통신에 사용하는 고유의 주파수를 사전 등록한다. 비행 중인 드론의 주파수를 분석했을 때 사전에 등록되지 않은 주파수 식별을 통해 불법 드론을 탐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RF 탐지 기술은 동일 주파수 대역에 신호가 혼재할 경우 정확도가 낮아지는 한계점이 있다. 도시와 같이 전파가 많은 지역에서는 효과를 얻지 못하는 것이다. 박용한(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RF 탐지 기술은 드론이 갖고 있는 고유주파수를 활용한 원거리 탐지가 가능하다”며 “주파수가 혼재할 경우 탐지가 제한되고, 주파수 대역이 확장되기 때문에 추적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탐지 기술을 통해 비행체가 드론으로 판단되면 ‘식별’ 단계로 넘어간다. 식별은 드론이 불법적인 비행을 하고 있지 않은지 판별하는 단계다. 『항공안전법』 제122조에 따라 드론 소유자는 비행 전 사전 신고를 통해 드론의 종류와 용도 등 드론 관련 정보를 제출해야 한다. 이 정보를 바탕으로 드론 비행의 합법성을 판단하는 것이다. 특히 식별이 어려운 야간에 드론을 비행하기 위해서는 ‘특별비행승인’을 받아야 한다. 구체적으로 비행신청서를 제출하고 기체와 비행 현장에 대한 안전 검사를 통해 비행 승인을 받는 과정까지 거쳐야 한다. 만약 사전 신고를 하지 않으면 불법 드론으로 식별된다. 임헌영 교수는 “식별 단계는 정상적인 드론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단계”라며 “미리 비행을 신청하지 않으면 불법 드론이 될 수 있다”고 당부했다.
식별 단계에서 불법으로 비행하고 있는 드론임이 확인되면 ‘무력화’ 단계를 통해 해당 드론이 더 이상 비행하지 못하도록 제지한다. 무력화의 방법 중 하나인 ‘하드 킬(Hard Kill)’은 레이저 등을 드론으로 직접 발사해 요격시키는 기술이다. 전장에서 미사일 등을 통해 물리적으로 드론을 격추시키는 모든 방법이 하드 킬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빠르게 이동하는 드론의 속도를 따라가 정확히 조준해야 하기에,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박 선임연구원은 “하드 킬은 오발과 파괴된 드론에 따른 피해가 우려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하드 킬의 부정확함을 보완하기 위한 기술로 ‘소프트 킬(Soft Kill)’이 제시된다. 소프트 킬은 전파 교란을 통해 드론과 조종사 간의 연결을 끊는 기술이다. 전파를 교란시켜 드론과 조종사 간의 통신을 무력화시키는 재밍(Jamming), 드론의 소프트웨어 상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해 해당 구역 내에서는 비행을 금지시키는 지오펜싱(Geofencing), 드론 비행 제어 시스템을 해킹해 조종자와 드론의 연결을 끊는 스푸핑(Spoofing) 등이 있다. 탐지한 드론이 불법 드론임이 확인됐을 때 즉각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점이 소프트 킬의 장점으로 꼽힌다. 전파 교란을 통해 드론이 비행하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기 때문에, 하드 킬과 비교했을 때 정확도도 높다. 임진택 교수는 “소프트 킬은 상황에 따라 즉각적인 대처를 통한 불법 행위 예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무력화의 2가지 기술은 모두 지상에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요격 후 남은 드론의 파편이나 조종사와의 연결이 끊어진 후 추락하는 드론이 지상의 보행자 등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의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그물로 드론을 포획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지상에서 그물을 발사하거나 그물을 탑재한 드론이 불법 드론 가까이 접근해 포획하는 등의 방법이 거론된다. 비교적 최근에 개발된 기술이기 때문에 그물로 한 번에 포획하는 기술을 연구해야 하는 등 개선해 나가야 할 점은 존재한다. 임헌영 교수는 “그물을 이용하는 것은 가장 안전한 기술로, 최근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연구를 진행하는 기술”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안티드론 산업의 발전을 위해 관련 제도나 시스템이 확립돼야 한다고 역설한다. 국가중요시설 등 드론으로부터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곳에 안티드론 시스템이 우선적으로 도입돼야 한다는 것이다. 임헌영 교수는 “국가중요시설이나 대도시를 방어하기 위한 안티드론 시스템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