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50만 원. 최근 해외 유명 가수 내한공연의 ‘암표’ 가격이다. 이 공연 입장권의 정가는 25만 원으로, 90배나 가격이 뛰었다. 연말이 다가옴에 따라 각종 공연이 개최되면서 암표가 활개를 치고 있다.
웃돈을 얹어 판매하는 입장권, 탑승권 등을 암표라고 말한다. 암표상이 대량으로 정가에 표를 구매하면, 이를 정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되판다. 인기 있는 공연이나 경기 입장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암표를 사고 파는 현상이 나타난다. 최근의 암표 거래는 온라인에서 주로 이뤄진다.
암표는 시장 질서를 파괴하는 불공정 행위로, 소비자의 피해를 유발한다. 공연 등의 인터넷 예매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으로 어려워진 현상도 암표상이 많은 양의 표를 사들이는 것과 무관치 않다. 기회를 빼앗긴 소비자는 비싼 금액으로 표를 구하거나, 관람 등을 아예 포기하게 된다.
이에 더해 최근에는 암표 거래가 또다른 범죄를 유발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돈만 받고 잠적하거나 가짜 표를 보내는 등의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2차적인 피해까지 발생하지만, 익명성이 높은 온라인 플랫폼의 특성상 단속과 처벌도 어렵다.
그럼에도 현행 법률은 온라인 암표를 제재하지 못한다. 현행 법률이 공연장이나 탑승장 등 현장에서 암표를 판매하는 행위만 처벌한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범죄 처벌법』 제3조 제2항 제4호에서는 흥행장, 경기장, 역, 나루터, 정류장 등에서 암표를 판매한 사람은 2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법률이 개정되지 않고 있는 동안 온라인은 법률의 사각지대가 된 것이다.
온라인에서의 암표 매매 또한 제재할 수 있는 법률이 필요하다. 컴퓨터 기술을 악용해 대량으로 구매하는 방식이 등장하는 등, 온라인에서의 암표 매매 방식도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처벌 수위도 암표로 피해를 보는 소비자들이 적당한 수준의 처벌이라고 공감할 수 있을 정도로 높여야 한다. 국회가 미적거리는 새에 소비자, 공연 등의 주최자, 시장질서를 유지하는 행정 당국 등 암표상을 제외한 모두가 피해를 입고 있다. 더 이상 암표로 인한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국회가 법률 정비를 서두르기 바란다.
김유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