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회 한성문학상 - 소설 부문 심사평> 서술 방식의 독창성이 소설 쓰기의 관건

    • 입력 2023-12-04 00:00
    • |
    • 수정 2023-12-04 00:00

38회 한성문학상 소설부문 응모작은 읽을만한 수준을 갖춘 작품들이 많아서 몇 번 살펴본 결과 「정상성 찬가」, 「복기」, 「사람의 질문」, 「껍데기」, 「긴 팔 옷의 남자」 5편을 집중적으로 검토했다. 심사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소설이란 모두 아는 이야기일 수밖에 없어서, 결국 써나가는 방식이 얼마나 독창적인가 하는 점이었다.

「정상성 찬가」는 모범적인 가장으로 살아가던 중년 남자의 일탈을 실존적으로 승화시킨 작품이다. 안정적인 문장과 심리를 끌어가는 사유의 깊이가 남달랐다. 중년 남자의 형상이 우리 존재처럼 불가해한 느낌을 주면서도 여운을 남겼다.

「복기」는 오목을 두는 화자와 그 친구들의 성장통을 통해 청년들의 삶을 풀어가는 이야기의 완성도가 뛰어났으나, 진열하는 듯한 전개가 실감의 무늬를 담아내는 공간이 좁아지는 아쉬움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사람의 질문」은 신부와 신부가 되지 못한 그 친구를 화자로 악과 고통의 문제를 종교적 분위기와 추리적인 긴장감으로 표현한다. 유려한 문장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점이 돋보였지만 봐온 이야기를 또 읽는 듯한 기시감이 들었고, 예상된 결말의 아쉬움이 컸다.

「긴 팔 옷의 남자」는 ‘세상’을 살아야 하고 살아내야 하는 청년의 현재를 이웃 형이 맡긴 답을 알려주는 스마트 워치 같이 생긴 물건을 통해 상징적으로 묘사하며, 그들이 감당해야 하는 답답한 일상을 구체적으로 그려내 재미있게 읽힌다. 하지만 다루는 세계가 협소해 보편적 의미로 확대되지 못하는 점이 아쉬웠다.

「껍데기」는 무차별한 폭력과 칼부림이 유행처럼 번지는 상황을 해결할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짜임새가 남달랐지만, 갑자기 끝나버리는 듯한 뒷부분이 아쉬웠다.

5편의 작품 중 고심 끝에 「정상성 찬가」를 당선작이 아닌 가작으로 선정했다. 이야기의 흡인력이 뛰어나지만 이따금 보이는 가독성 미흡한 문장이 당선작 선정을 머뭇거리게 했다. 정진을 빈다.

김성달(한국소설가협회) 소설가

댓글 [ 0 ]
댓글 서비스는 로그인 이후 사용가능합니다.
댓글등록
취소
  • 최신순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