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회 한성문학상 - 소설 부문 수상소감>

    • 입력 2023-12-04 00:00
    • |
    • 수정 2023-12-04 00:00
배지호(인문 3)

이 글을 쓰게 된 가장 큰 자극제는 이전 소설 부문의 수상작이었습니다. 남성중심적 판타지가 가미된 표현이 가을날 보도블록을 뒤덮은 낙엽처럼 흩뿌려져 있던 그 글은 충격이었습니다. 다시 읽어봐도 제가 파악하지 못한 풍자, 신랄한 비판 같은 것도 없었습니다.

저는 정상적인 남성성에 회의를 느꼈습니다. 사회가 제시하는 정상성은 허황한 것이라고, 아늑해 보이는 기준은 모두의 감옥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글이 「정상성 찬가」입니다. 그 누가 보더라도 완벽히 정상적이었던 경훈 씨는 어느 날, 단 하나의 사건으로 자신의 정상적인 삶을 의심합니다. 거짓 평화는 파괴되고, 그는 심연으로 곤두박질칩니다. 그것은 정상성에 스스로를 의탁해 온 누군가의 몰락입니다. 누군가는 저일 수도, 당신일 수도 있습니다.

동성애는 여전히 민감한 주제입니다. 혐오가 만연한 사회에서 소수자는 배척돼 놀이 도구가 됩니다. 걱정한 부분은 동성애를 단순한 포르노적 요소, 간편한 적대자로만 사용하지는 않았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한국 사회의 정상성이 가장 혐오하는 존재로, 긴 설명 없는 소재의 제시야말로 정상성의 허무함을 잘 드러내 줄 것으로 믿었습니다.

제 부족한 작품이 가작에 선정됐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습니다. 심사위원께서 제 의도에 조금이나마 공감해 주셨다고 생각하고자 합니다. 문학은 사회의 민낯을 드러내는 존재여야 하니까요. 혹여라도 불쾌감을 느끼셨을 동성애자 학우 여러분께 사죄드리며 수상 소감을 마칩니다.

배지호(인문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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