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산에 올라> 한강의 기적을 넘어서야 할 때 (한성대신문, 595호)

    • 입력 2023-12-04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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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3-12-04 00:01

한국전쟁 이후, 대한민국은 ‘이 나라가 재건하려면 100년은 걸릴 것이다’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넝마가 돼있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3~40년 만에 초고속 경제발전을 이루었다. 소위 말하는 이러한 ‘한강의 기적’은 어떻게 가능했던 것일까?

그 해답은 바로 능력주의에 있다. 자원도 없고 땅도 좁은 마당에, 활용할 수 있는 유일한 자원은 인력밖에 없었고 그러한 인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선 능력주의가 필요했다. 능력주의란 개인의 능력에 따라 사회적 지위를 분배하는 보상과 인정 시스템을 말한다. 능력에 대한 정의에는 많은 견해가 존재하지만 대한민국에서는 학벌이 곧 능력으로 여겨졌다. 대한민국에서 벗어나 세계적으로 바라봤을 때에도, 능력주의는 나름의 혁명이었다. 족벌주의와 연고주의가 판을 치던 사회에서 능력주의는 기회와 평등을 가져다 준다고 믿었고, 실제로 당시의 계급을 타파하고 계층을 이동시키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고성장의 시기가 막을 내리며 능력주의는 오히려 또 다른 세습주의로 변형되기 시작했다.

능력있는 이가 그만큼의 보상을 받는다는 것은 일차원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선 그만큼의 교육이 필요한데, 개천에서 난 용의 가족들은 더 좋은 교육을 받을 수밖에 없고 가난한 이들은 교육을 받을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 능력주의를 통해 기득권을 차지한 부모들은 어떻게든 자녀에게 기득권을 물려주고 그렇지 못한 아이들은 중산층 혹은 하류층이 된다. 결국 능력주의는 소득불평등을 낳게 되는 것이다. 소득불평등 외에도 청년실업이나 자기 착취와 같은 것들은 능력주의라는 이름 아래 정당화 되고는 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능력주의를 가지고 가되, 능력주의가 일으킨 문제점을 수정하고 보완해야 한다. 세습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만들어진 능력주의가 또 다른 세습을 일으키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능력주의에 아예 배제돼 버리는 이들을 최대한 비슷한 출발선상에 서도록 도와주고 기존의 능력주의, 한강의 기적을 넘어서기 위해 경쟁 및 성공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박은우(사회과학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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