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사이언스> 딸기잼 만들기의 핵심은 '끈적함' (한성대신문, 597호)

    • 입력 2024-03-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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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4-03-04 00:00

딸기의 계절이 돌아왔다. 농업의 발달 덕분에 계절 구분 없이 딸기를 접할 수 있는 시대이지만, 본래 노지*에서 재배하는 딸기는 봄철인 3~5월에 주로 수확해 왔다. 최근에는 딸기 라떼나 딸기 탕후루 등 다양한 방법으로 딸기를 먹지만, 과거부터 세대 구분 없이 인기 있었던 딸기를 활용한 음식은 ‘딸기잼’이다. 딸기잼이 처음 만들어진 시기는 기원전 4세기경으로,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로스 3세가 인도를 침공한 후 유럽으로 설탕이 전래되고 잼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과거 유럽에서 설탕은 귀족들만의 것으로 간주돼 잼이 귀중한 음식으로 여겨졌지만, 평범한 계층도 설탕을 소비할 수 있게 되면서 딸기잼 또한 대중적인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가공된 식품을 유리병에 넣어 밀봉해 보관하는 ‘병조림법’이 발전하면서 더욱 대중화될 수 있었다.

딸기잼을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딸기를 으깬 후 가열하는 것이다. 잘게 으깨야 딸기잼에 덩어리가 형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과일에는 기본적으로 세포와 세포 사이를 결착시키는 ‘펙틴’이라는 성분이 함유돼 있다. 그러나 딸기는 사과나 귤 등 다른 과일에 비해 펙틴 함량이 적기 때문에 가열 과정에서 펙틴을 첨가해야 한다. 결착력이 강한 펙틴을 더 넣음으로써 잼을 더욱 응고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만약 펙틴을 첨가하지 않는다면 결착력이 낮아져 잼의 모양이 유지되지 않는다. 잼이 갖고 있는 끈적함이 사라져 죽과 같은 묽은 성질을 띠게 된다. 장세은(을지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펙틴의 끈적함을 높여주는 역할은 잼을 만드는 데 있어 중요하다”고 전했다.

펙틴은 수용성 물질이기 때문에 물에 녹아있다. 그러나 펙틴은 수분 없이 펙틴끼리 결합해야 점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설탕을 첨가해 설탕이 수분을 모두 가져가게 만들어야 한다. 설탕은 수분과 친한 성질을 갖기에 수분을 잘 흡수한다. 또한 흡수한 수분을 잘 빼앗기지 않고 보유하는 보수성도 지닌다. 수분이 빠져나간 펙틴은 결착력이 강해져 잼을 더욱 탱탱하게 만들어준다. 설탕을 첨가하지 않는다면 펙틴이 수분과 결합하기 때문에 결착력이 약해진다. 한정우(덕성여자대학교 식품영양학전공) 교수는 “당분이 수분을 가져가면 점성이 강해져 더 끈적끈적해진다”고 설명했다.

당분이 수분을 가져감으로써 미생물이 살 수 있는 환경을 억제할 수도 있다. 수분 함량이 높으면 세균이나 곰팡이 등 미생물의 성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 미생물은 식품 속 자유수**에서 주로 증식하기 때문이다. 미생물의 성장은 곧 식품의 부패로 이어지며, 따라서 식품의 수분 함량을 낮추는 것은 중요하다. 권창우(한남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물이 당과 결합하면 자유수의 함량이 줄어들어 미생물이 물을 이용할 수 없고, 성장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잼을 만드는 데 최적의 당분과 수분을 형성했다면 그다음으로 해야 할 일은 적정 산도를 맞추는 것이다. 잼을 제조하는 가장 적절한 산도는 pH*** 2.7~3.6이며, 해당 산도를 벗어나면 젤리화가 일어나지 않아 잼이 형성되지 않는다. 딸기의 산도는 pH 5~6가량이기 때문에 딸기잼을 만들기 위해서는 유기산을 통해 산도를 낮추는 과정이 필요하다. 음이온이 함유돼 있는 펙틴에 양이온을 가지고 있는 유기산을 넣으면 음이온과 양이온이 결합하면서 펙틴 등 다른 성분들도 함께 결합해 응고가 더 잘 된다. 유기산을 첨가하지 않는다면 응고가 잘 이뤄지지 않아 끈적함이 원하는 정도까지 도달하지 못한다. 장 교수는 “유기산을 추가로 첨가할 때 딸기잼의 적정 산도를 고려해 양을 잘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잼과 같이 과일로 만든 식품은 시간이 지나면 색이 검게 변하는 갈변현상이 나타난다. 갈변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과일의 껍질을 벗기거나 파쇄하면 과일 내의 효소가 산소를 만나 산화 과정을 거치게 되고 점차 갈색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갈변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레몬즙과 같은 항산화제를 첨가하면 된다. 레몬즙에 다량 함유된 비타민C가 과일보다 먼저 산화 반응을 일으켜 과일의 산화반응을 억제한다. 장 교수는 “과육을 가열하기 전 레몬즙을 첨가하면 갈변현상을 방지할 수 있다”고 첨언했다.

*노지 : 지붕 등으로 덮거나 가리지 않은 땅

**자유수 : 식품의 구성성분과 결합하지 않고 자유롭게 이동하는 물

***pH : 수소 이온 농도로, 화학에서 물질의 산성 및 알칼리성의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로 사용됨

김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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