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학송> 청년 표심 잡는 첫 단추는 ‘정치 효능감’ (한성대신문, 598호)

    • 입력 2024-04-01 00:00
    • |
    • 수정 2024-04-01 00:00

새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날이 2주도 채 남지 않았다. 이번 선거를 통해 구성될 제22대 국회의 청년 대표성은 낮은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만 19~39세의 나이를 청년이라고 볼 때, 거대 양당의 지역구 후보 중 청년은 단 20명뿐이기 때문이다. 제21대 국회 또한 297명의 국회의원 중 단 7명만이 청년층에 해당한다. 청년이 정치에 참여하지 않거나, 참여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청년 정치인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성 정치권은 청년 정치인을 ‘소모품’ 다루듯 해 온 데다, 계속해서 청년 정치인을 육성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는 데에는 미온적 태도를 보여 왔다. 국민에게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 청년 정치인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정작 그들이 조금이라도 기성 정치권이 추구하는 방향에 어긋나는 행보를 보이면 정당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했다. 그마저도 주목도를 갖춘 소수의 청년 정치인에게 해당하는 이야기일 뿐이다. 인적·물적 자원이 부족한 청년도 능력과 의지를 갖췄다면 공직선거에 출마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배려하는 제도 등은 계속해서 부재해 왔다.

아이러니한 사실은 기성 정치권이 이처럼 청년의 정치 참여를 가로막고 있으면서도, 청년의 ‘표’는 아쉬워한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많은 후보자가 대학교에 직접 방문해 유세를 진행하기도, 청년의 눈에 들기 위해 숏폼을 제작해 SNS에 올리기도 한다. 무엇보다 각 정당의 지도부는 연일 ‘청년을 위한’이라는 수식을 붙여 정책과 공약을 발표한다.

하지만 작금의 청년들은 그러한 정책과 공약이 진정 우리 세대를 위한 것이 맞는지 고개를 갸웃거린다. ‘천원의 아침밥’이나 ‘전국에 대학 기숙사 5만 호 공급’처럼 시혜적 차원의 정책, 질보다 양으로 승부를 보려는 공약만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정책들은 지금 청년층이 겪고 있는 물가, 취업, 주거 등의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답이 될 수 없다.

청년 없이 청년을 위한 정책을 만들려고 시도했으니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정치권이 청년층의 요구에 정확히 부응하는 정책을 내놓을 수 있으려면, 당사자인 청년이 정치에 참여해 정책을 입안하는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며 삶을 살아온 정치인이 정치를 통해 내 삶의 문제를 해결할 때, 정치에 대한 ‘효능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러한 효능감을 느껴야 청년들은 비로소 어떤 후보를 뽑을지 고민하기 시작할 테다. 기성 정치권이 청년의 ‘정치 진입장벽’을 낮춰야 하는 이유다.

이처럼 청년들의 표심을 사로잡는 방법은 멀리 있지 않으며, 기성 정치권도 이를 이미 알고 있을 수 있다. 청년정치학교 상설화, 청년 공천 할당제 등 청년 정치인을 육성하기 위한 좋은 방안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미 논의된 바가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논의를 넘어 실행에 옮길 때다. 어떤 방안이든 적극적으로 고민하기를 바란다. 우리 세대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우리 세대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 청년에게도 당연한 이야기가 되는 날을 기다리겠다.

정상혁 편집국장

댓글 [ 0 ]
댓글 서비스는 로그인 이후 사용가능합니다.
댓글등록
취소
  • 최신순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