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법 테두리 밖의 노동자를 위해 (한성대신문, 600호)

    • 입력 2024-05-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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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4-05-13 00:00

“모든 노동자의 기본권을 보장하라”는 외침이 귓가에 맴돌았다. 제134주년 세계노동절대회를 취재하기 위해 지난 1일 세종대로를 찾았을 때였다.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노동자는 어떤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인지 의문을 갖게 됐다. 실제로 직장갑질119가 지난달 26일 공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직장의 규모가 작을수록 노동자의 공휴일 유급휴식이 보장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공휴일 유급휴식은 『근로기준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노동자의 권리 중 하나다. 모든 노동자에게 기본적인 권리가 주어지지 못하는 문제가 여전히 노동현장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공휴일 유급휴식이 보장되지 않는 것 외에도 『근로기준법』이 준수되지 않는 사례는 쉽게 찾을 수 있다. 실제로 『근로기준법』이 보장하는 ‘노동에 따른 임금을 받을 권리’조차 지켜지지 못해 2020년 국내 임금 체불 피해 노동자 수는 29만여 명에 달했다. 『근로기준법』 위반에 관한 죄에서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치 않으면 처벌이 내려지지 않는 ‘반의사불벌죄’라는 점을 이용해 사업주는 쉽게 처벌을 피할 수 있다. 임금을 주지 않는 사업주가 밀린 임금 지급이나 계속 고용 여부 등 노동자의 소중한 권리를 볼모 삼아 신고를 철회하게 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 아닌가.

『근로기준법』의 다수의 조항은 5인 미만의 노동자가 일하는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영세한 사업장은 자세한 법률을 모두 준수하며 사업을 이어나가기 어렵다는 것이 명목이다. 하지만 직장의 규모가 작다는, 노동자가 스스로 개선해볼 수 없는 조건 때문에 법의 테두리 바깥으로 밀려나가는 것은 노동자에게 가혹한 처사다. 또한 실상은 5인 이상의 노동자를 상시 고용하는 사업장에게 꼼수를 제공하는 조항이기도 하다.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사업주는 피해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형사처벌을 받도록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특히 임금 체불 등 『근로기준법』 미준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금전적 이익보다 처벌에 따른 피해가 커져야 한다. 노동자의 권익 향상뿐 아니라, 사회 전반의 준법 의식을 높이는 계기로도 작용할 수 있을 테다.

5인 미만 사업장도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권리를 보장하는 데 있어서는 차등이 있으면 안 될 것이고, 모든 노동자가 평등하게 보호받을 수 있어야 한다. 노동은 누구에게나 중요한 먹고 사는 문제다. 전체 노동자가 잘 먹고, 잘 사는 세상이 올 수 있기를 바란다.

박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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