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작은 모퉁이의 구석까지도 (한성대신문, 601호)

    • 입력 2024-06-1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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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4-06-17 00:01

복학 후 캠퍼스를 거닐던 와중 가판대에 놓여 있는 <한성대신문>이 눈에 들어왔다. ‘기자’라는 업을 꿈꾸는 필자였기에 학내 곳곳에 비친 학보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는지 모르겠다. 학보를 꼼꼼히 일독하면서 교내 청소노동자 등 학내에서 소외된 이들을 조명하는 기사가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소외된 이들에게 관심을 가진 기사였고, 대학본부로부터 해결책을 얻어냈기 때문이다. 이에 필자도 소외된 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들이 처한 문제를 알리는 기사를 작성하겠노라 다짐했다.

이러한 각오로 입사한 학보사에서는 실제로 다양한 이들을 마주할 수 있었다. 특히나 기획 기사로 다뤘던 ‘자살유족’은 필자에게 아직도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자살유족이란 가족이나 친구 등의 자살을 접한 후 오랜 시간 스트레스를 느끼는 사람을 일컫는다. 자살이 발생하면 사람들은 자살자를 추모하는 데에 집중하게 돼 자살유족에 대한 관심은 뒷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관심이 적은 탓인지, 필자가 마주한 자살유족은 방치된 채로 살아가고 있었다. 한 자살유족 자조모임 대표는 가족을 지키지 못했다는 사회적 눈초리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필자 역시 기사를 준비하지 않았더라면 그들이 누구인지,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를 알지 못한 채 살아갔을 수도 있다. 취재를 거듭하며 사회적 관심이 자살유족에게까지 닿지 않는다는 사실을 몸소 느꼈다. 자살유족 문제의 현황을 알 수 있는 관련 통계자료는 찾아볼 수 없었고, 이는 곧 국가적 차원의 노력이 전무하다는 의미였다. 상담 등의 지원사업 역시 지역 간 격차가 존재했고, 이마저도 일회성에 그치는 경우도 여럿이었다.

자살유족의 이야기를 가까이서 들으면서 남겨진 이들만큼은 지키고 싶다는 열망이 강해져갔다.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하고, 여러 자료를 근거로 필자 나름의 정책까지 고안해 보면서 기사를 발행했다. 필자가 제시한 해결책의 실현 가능성은 낮았을 수는 있다. 하지만 여러 독자에게 자살유족이 우리 곁에 있다는 사실을 알렸고, 그들 대신 목소리를 냈기에 뜻깊었다.

편집국장으로 활동하는 다음 학기에도 소외된 이들이 걸어갈 길의 ‘가로등’ 같은 존재가 되고자 한다. 어두운 밤 가로등 아래 밝은 불빛처럼 학교, 사회 등 여러 곳에 있는 사람들을 비출 수 있는 신문을 만들 것이다. 나아가 ‘학내를 비추는 언론’답게 소외된 이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마음 놓고 털어놓을 수 있는 온기를 가진 <한성대신문>이 되기 위해 구성원들과 함께 노력하겠다고 다짐한다.

김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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