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학송> 타성을 깨며 전진하기를 (한성대신문, 601호)

    • 입력 2024-06-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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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4-06-17 00:00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몸을 담은 학보사에서의 생활도 끝이 보인다. 학보사를 운영하는 편집국장의 직책까지 맡게 된 것은 ‘학보사의 위기’라는 오래된 담론을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했다. 학생의 무관심, 인력난, 재정적 압박 등을 운영자의 입장에서 몸소 맞닥뜨리고, 해결방안을 고민할 수 있었다.

다수 학보사가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복합적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은 ‘타성에 젖은 발행’이다. 학생을 포함한 독자가 개선과 발전을 바라는 부분에 대해 꼬집는 기사보다는 늘상 취재해오던 학내 행사에 관한 기사, 각종 홍보 기사 등이 지면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는 것이다. 타성에 젖은 발행은 독자가 더 이상 학보를 찾지 않게 하고, 기자들은 ‘읽는 이 없는 신문’을 만드는 데 대한 회의감을 느끼고 퇴사를 고민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독자가 빠져나가고, 그로 인해 기자 인력도 줄어드는 것만이 ‘타성에 젖은 발행’이 가져오는 문제가 아니다. 이는 ‘건전한 비판을 통한 변화의 기수’라는 언론의 역할을 유기하는 처사라는 점에서 대학언론의 근간이 흔들리는 일이다. 학생이지만 기자로서, 대학언론이 언론의 직분을 수행하는 데 앞장서던 ‘기자정신’을 잃어버리는 문제이기도 하다.

뿌리부터 흔들리는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학보사 내부에서도 언론으로서 역할과 기자가 해야 할 일에 대해 고민하고, 교육 등을 통해 전승하는 시간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일 테다. 우리 학보사가 대학언론으로서 비판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어떠한 기사를 내보내야 하는지 등 구체적인 방향성에 대해 정립하지 않은 채로 ‘신문의 발행’ 그 자체에만 집중하게 되는 것이다. 새로운 인력이 유입된다고 한들, 기존 인력은 언론의 역할에 대해 신규 인력에게 교육을 제공할 수 없으니 고질적 문제로 자리잡게 된다.

타성에 젖어 명맥만 간신히 유지하는 발행이 아니라, 늘 새로운 문제를 찾아 비판하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발행이 되려면 학보사 스스로 역할에 대해 고민하고 정립해야 한다. 청년·대학사회 내부의 언론이기에, 우리 사회 전체보다는 청년·대학사회의 문제에 대해 조명해야 할 것이다. 또한 소속 대학의 특징으로 인해 나타나는 문제상황에 대해 비판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함으로써, 우리 대학이기에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은 없는지도 생각해야 한다.

대학에서도 팽배하는 개인주의, 종이 매체의 영향력 감소 등 학보사 외부에서도 학보사의 위기를 부추기는 요인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스스로 타파할 수 있는 내부적인 요인 먼저 제거한 다음에야 외부의 요인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테다. 학보사의 구성원들이 새로운 신문의 발행을 위해 갖은 노력을 쏟아붓는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더 많은 독자들에게 그 노력을 인정받을 수 있으려면 무엇이 필요할지 애정 어린 도움말을 남기며 학보사 생활을 마감하고자 한다.

정상혁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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