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화정> 한식 세계화의 의미 (한성대신문, 602호)

    • 입력 2024-09-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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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4-09-02 00:00

늦더위와 함께 새 학기가 시작됐다. 철 지난 지 모르고 눈치 없이 버티고 누운 올해 늦더위는 기세가 유난했다. 고온은 그 자체로도 건강에 해롭지만, 입맛을 떨어뜨려 먹는 낙마저 앗아가니 호감 가질 여지가 별로 없다. ‘입맛이 없으면 밥맛’이라는 말이 있다. 그 뒤에는 ‘밥맛이 없으면 입맛’이라는 대구도 함께 한다. 입맛이 나고 밥맛이 좋아야 살맛도 나는 법이다.

우리는 삼복더위에 삼계탕같은 보양식을 먹는다. 뜨거운 음식을 먹으면 체온이 상승하며 혈관이 열리고, 우리의 뇌가 체온 조절 명령을 내려 땀을 흘리고 혈액 순환을 촉진해 되려 체온이 낮아지면서 청량함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단백질은 칼로리를 보충해 주고, 황기나 대추같이 곁들여지는 재료는 열을 식히고 기운을 북돋아 주는 한방 효과도 있다. 더군다나 음식이 쉽게 상하는 여름에는 뭐든 익혀 먹는 것이 중요하니, 한소끔 끓여낸 보양식은 지혜롭고 맛있는 우리 먹거리 문화를 한 그릇 가득 담고 있는 셈이다.

한류의 확산과 함께 한식이 세계적으로 크게 유행하고 있다. 뉴욕과 같은 세계적인 도시의 번화가 대로변의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스트리트 푸드를 파는 시장 좌판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한식에 대한 애호를 확인할 수 있다. K-드라마와 K-pop을 비롯한 문화콘텐츠의 부가 효과다. 세계인의 한식 사랑은 다시 K-컬처에 대한 관심으로 환원되어 국위 선양과 관광을 비롯한 경제 성장에도 크게 도움을 줄 것이다.

음식을 ‘문화, 습관, 갈망, 그리고 정체성’으로 설명한 어느 소설가의 말처럼, 세계화를 통해 한식은 세계인의 문화와 습관이 됐고, 종국에는 세계인의 정체성의 일부가 될 것이다. 우리 대학은 얼마 전 한식 세계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한식진흥원과 교류 협정을 체결하고, 실전 교육과 연구에 협력하기로 했다.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를 비롯한 여러 나라의 요리가 미국 루이지애나에 모여 크레올이라는 ‘전통 요리’가 됐듯이, 한식도 세계 여러 나라에서 현지화를 통해 그들의 전통이 될 것이다. 먼 훗날 외국의 음식을 연구하다 만난 전통 요리가 사실은 우리 대학 학생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된 한식이 원류라는 것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들뜨게 된다.

김기홍(문학문화콘텐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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