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 들어서서 PC(Political Correctness), 정치적 올바름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요소가 되었다. 뉴스에서도 흔히 소수자의 권리를 위해 싸우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이렇듯 PC는 인종, 종교, 성별 등으로 인한 차별과 싸운다는 긍정적 이념 아래 대중화되었고, 그 여파는 우리가 접하는 대중 매체에서 특히 도드라지고 있다. 가장 흔히 접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영화와 게임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중매체의 행보에 있어서 가장 큰 고려 사항이 있다. 바로 “대중의 반응”이다. 상업적 이익 추구라는 본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상, 제작자는 소비자의 눈치를 봐야만 한다. PC요소를 적극 채용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이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대중들은 멋있고, 아름다운 미형 캐릭터를 선호하는 성향이 강하다.
그러나 소니의 ‘콩코드’는 이 눈치싸움에 참여하기를 거부했다. 그들이 내놓은 플레이어블 캐릭터들은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대중적인 디자인이 아니었다. 노인 여성, 흑인 여성, 논바이너리, 흑인 트랜스여성, 성별 비공개 등 대다수의 캐릭터가 소수자에 속했고, 미형보다는 개성을 중요시해 뚱뚱하거나 독특한 스타일을 한 캐릭터들이 많았다. 제작사인 파이어워크는 회사 내 백인 남성 혐오 논란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최초로 PC주의를 전면적으로 내세운 AAA급 게임이 시장에 등장했고, 2.5만장의 저조한 판매량으로 인해 2주 후 서비스 종료를 하게 되었다. 필자는 이러한 콩코드의 참패가 현 시장에서 PC주의의 위치를 나타내고 있다고 보았다.
PC적 요소를 통해 정치적 올바름을 실현하려고 시도한 매체는 수도 없이 많았으나 ‘콩코드’는 소비자가 허용할 수 있는 심리적 한계치를 넘어버렸다. 대중 매체 속 PC요소 자체를 탓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소비자의 즐거움을 최우선시해야 할 대중매체가 제작사의 가치관을 더 위에 둔 순간, 그 매체는 오락거리로서의 가치를 한순간에 잃게 된다.
이제 업계는 실패 사례 분석이라는 새로운 숙제를 받아 들게 되었다. 콩코드의 실패 요인을 PC주의가 아닌 게임성의 저조, 높은 가격 등으로 꼽을 수는 있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편견에 사로잡혀 PC주의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대중들”을 부르짖어서는 안 될 것이다. PC주의의 호불호 이전에, 소비자의 욕구 충족이라는 마케팅의 기본을 지키는 자세가 필요하다.
박일찬(상상력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