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소설가 한강이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이에 따라 한강 작가의 여러 작품에 대중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학계도 한강 작가의 수상으로 길고 긴 문학의 침체기를 끝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를 내비친다.
대중들이 문학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하면서 문학 작품 소비는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였다. 더 이상 ‘문해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창의력을 기를 수 있다’ 등과 같은 진부한 대답으로는 대중을 설득하기 어려운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문학 말고도 더 다양한 문화생활이 존재하는 현대 사회에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문학만의 ‘흡인력’은 무엇일까.
바로 ‘능동적인 문화생활’이라는 점이다. 문학은 영화나 드라마처럼 사건의 장면을 직접적으로 볼 수 없다. 문학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이같은 불편한 특징에서 기인한다. 단순하게 글을 읽는 행위를 넘어 작가가 만든 문장 간의 맥락을 파악해 스스로 소설 속 상황을 그려나가야 한다. 여기서 독자는 영상 매체에서는 느낄 수 없던 아날로그만의 입체감을 경험하게 된다.
문학을 통한 간접적인 경험이 축적되면 독자의 가치관도 확장된다. 독자는 살아가면서 접하기 어려운 경험을 문학이라는 수단으로 마주한다. 역사를 다루는 소설을 읽었다면, 역사의 한 장면 속에서 당대 사람들의 생각을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시다. 문학이 품고 있는 다양한 주제를 접하면서 얻어낸 경험은 독자의 가치관 변화에 영향을 미친다.
나아가 문학을 통해 생성된 대중의 가치관은 사회적인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사회는 수많은 사람이 이루고 있는 앙상블이다. 각자의 경험이 다르기에 서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발생하고, 갈등이 생긴다. 문학은 우리가 사회가 마주한 ‘진보와 보수’, ‘남과 여’, ‘청년과 기성세대’ 등 이분법적인 갈등 해결의 첫걸음이다. 문학을 통해 겪은 폭넓은 경험이 타인을 이해하게 하고 사건을 넓게 보는 시각을 만든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다양한 식견을 가진 이들이 늘어난다면, 우리 사회가 서로에게 조금 더 너그럽고 관대한 사회로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허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