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서서히 젊어져 가는 당뇨병 (한성대신문, 604호)

    • 입력 2024-10-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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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4-10-21 00:00

고령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당뇨병이 젊은 세대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 8일 대한당뇨병학회가 발표한 「Diabetes Fact Sheet in Korea 2024」에 따르면 국내 19~39세 청년의 2.2%가 당뇨병을 유병하고 있다. 또한 당뇨병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당뇨병 전단계’에 해당하는 청년이 21.8%로 조사됐다. 이은영(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과거에는 50~60대가 당뇨병을 진단받거나 치료받기 위해 병원에 내원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 20~30대에서도 당뇨병을 진단받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뇨병은 혈액 속의 포도당이 세포 속으로 흡수되지 않아 혈당이 비정상적으로 올라가 생기는 질환이다. 당뇨병의 대표적인 증상은 소변량과 수분 섭취량, 식사량이 늘어나는 것이다. 고혈당 상태가 지속되면 소변으로 당이 배출되기 때문에 평소보다 소변량이 증가한다. 이로 인해 체내 수분이 부족해져 물을 많이 마시게 된다. 섭취한 음식은 에너지로 쓰이지 못해 공복감이 심해져 식사량이 늘어나기도 한다. 유순집(가톨릭대학교 부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당뇨병 초기에는 소변량과 이에 따른 과도한 수분 섭취와 식품 섭취 등의 증상이 없어 혈당 상승 여부를 알기 어렵다”고 전했다.

최근 젊은 층에서 급증하고 있는 당뇨병은 고지방, 고탄수화물 식품의 과도한 섭취나 운동량 감소 등의 후천적인 요인이 대부분이다. 젊은 층의 생활 습관이 당뇨병 환자 발생으로 이어진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박이병(가천대학교 가천대 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최근 고지방 음식이 많아지고 운동하는 사람의 수가 적다 보니 비만에 의한 당뇨병 발병 빈도가 높다”고 꼬집었다.

이러한 형태의 당뇨병은 어떻게 발생할까. 우리가 밥과 같은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소화 과정을 거쳐 포도당으로 분해된다. 포도당은 세포 내부로 들어가 에너지원으로 쓰여야 하나 포도당이 세포 내부로 들어가지 못하고 혈액 내부를 떠돌게 되면 고혈당 상태가 유지된다. 포도당이 몸속 세포 내부로 이동하지 못하는 것은 인슐린의 작용 능력과 관련 있다. 인슐린은 혈당이 오르면 혈당을 낮추는 역할을 하는 호르몬으로, 췌장에서 분비된다. 인슐린이 당을 낮추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세포막에 존재하는 단백질인 인슐린 수용체와 결합해 몸속 세포와 반응해야 한다. 그래야 포도당이 세포 내부로 이동하면서 혈당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고관표(제주대학교 제주대학교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인슐린은 포도당을 세포 안으로 이동시키는 역할을 하는 호르몬으로, 혈당을 정상치로 유지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이때 세포가 정상적인 인슐린 작용에 반응하지 못하는 ‘인슐린 저항성’ 상태가 되면 췌장은 세포 밖에 남은 혈당을 처리하기 위해 기존보다 더 많은 인슐린을 분비하게 된다. 인슐린의 과분비가 반복되면, 결국 췌장은 과부하에 걸려 인슐린 분비 기능 자체가 떨어져 버린다. 김상수(부산대학교 부산대학교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췌장이 지쳐 인슐린 분비가 무뎌지며 혈당이 급격하게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당뇨병은 혈관 합병증을 동반할 수 있어 위험하다. 혈관 합병증은 고혈당으로 인해 손상된 혈관 내벽에 염증 반응이 유발돼 생기는 질환이다. 혈중 포도당 농도가 높아져 독성을 띠기 때문에, 혈관에 손상을 주는 것이다. 김 교수는 “고농도의 포도당 배양액에 세포를 넣으면 세포가 심하게 손상되는 것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며 “고혈당 상황에서 혈관들이 쉽게 손상 받게 된다”고 말했다.

혈관 합병증은 미세혈관 합병증과 대혈관 합병증으로 나뉜다. 미세혈관 합병증은 주로 눈, 신장, 신경에 영향을 미치며 대표적으로 ▲당뇨망막병증 ▲당뇨병성 신장 질환 ▲당뇨병성 신경 병증 등이 있다. 대혈관 합병증은 심장, 뇌, 다리 등 중요한 기관에 영향을 주는 합병증으로 ▲심근경색 ▲뇌경색 ▲말초동맥질환 등이 존재한다.

전문가들은 젊은 층의 당뇨병 발병 원인으로 비만을 지목하고 있다. 실제로 대한당뇨병학회가 발표한 「Diabetes Fact Sheet in Korea 2024」에 따르면 청년 당뇨병 환자에서 87%가 비만, 8%가 과체중으로 정상체중인 환자는 5% 수준이다. 청년의 비만은 야식을 자주 시켜 먹는다거나, 바쁘다는 이유로 규칙적인 운동을 하지 않는 등의 생활 습관에서 기인한다. 고 교수는 “최근 당뇨병 유병률은 제자리걸음이지만, 청년 당뇨병 환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중”이라며 “이는 젊은 연령의 비만율 증가와 관련이 있다”고 전했다.

청년 당뇨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운동과 건강한 식단 등을 통해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초기 당뇨병을 예방하는 것이 요구된다. 박 교수는 “혈당이 조금 올랐을 때는 증상이 발생하지 않아 그냥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며 “수시로 건강검진을 해보거나 몸에 이상을 느끼면 가까운 병원에 방문해 간단한 혈당 검사를 해볼 것”이라 조언했다.



허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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