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희미해져 가는 녹색 띠, 그린벨트 해제 (한성대신문, 604호)

    • 입력 2024-10-2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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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4-10-21 00:10

지난 8월 8일 정부는 개발제한구역인 ‘그린벨트’를 대대적으로 해제하겠다고 밝혔다. 해제는 ▲서초구 ▲강남구 ▲송파구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추측이 이어진다. 정부는 그린벨트 해제를 통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급등한 집값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린벨트 해제 지역에는 약 8만 가구 이상의 신규 택지가 조성된다. 주택 공급량을 늘려 집값을 안정화시키겠다는 정부의 계획이다. 구체적인 해제 지역은 오는 11월 중으로 발표될 예정이다.

그린벨트는 무분별한 도시 개발을 막고자 영구적으로 개발을 제한한 지역을 뜻하며 개발제한구역이라는 용어로도 통용된다. 도시 주변을 띠 모양으로 둘러싼 녹지대를 의미하는 그린벨트는 ▲도시 팽창 및 도시인구증가 억제 ▲도시 주변 환경 보호 ▲군사적 목적 등의 이유로 지정된다. 현재 전국의 그린벨트 총면적은 5,397 ㎢으로 국토의 5.4%를 차지한다. 서울의 경우 그린벨트 지역 면적은 149.13㎢으로 서울 전 지역 면적의 24.6%를 차지하는 수치다.

그린벨트가 해제된다면 해당 지역뿐 아니라 주변 집값이 함께 올라 그린벨트 해제의 의미가 무색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지난 이명박 정부 당시 2009년부터 2012년까지 대대적으로 5㎢ 정도의 그린 벨트를 해제했지만 해제 지역 일대의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을 겪은 바 있다. 집값이 상승한다면 실질적인 주거 복지가 개선되지 않는다. 이는 주택 무소유자들의 주거 불안을 가속화해 정부의 정책 효과에 불신을 갖게 한다. 김동환(서울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그린벨트 해제 후에도 서울의 주택 부족 문제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윤경준(한성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는 “우리나라는 수도권에 주택 수요가 몰려있는 불평등 구조”라며 “그린벨트 해제 후 주택 공급이 이뤄져도 수요 충족과 가격 안정화라는 성과를 거두기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문제는 그린벨트 해제로 인해 투기가 조장된다는 점이다. 투기 조장에 의해 부동산 시장이 혼란스러워질 것이라는 전문가의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 부동산 업계에서도 그린벨트 해제 유력 후보지에 대한 정보가 돌고 있어 많은 이들의 투기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김 교수는 “그린벨트 해제는 부족한 주택을 공급해 실수요자에게 주택을 공급한다는 취지지만, 한편으로 투기꾼들에게 돈벌이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그린벨트 해제 지역의 토지 소유자가 개인적으로 토지를 개발한다는 점이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힌다. 토지 소유자가 직접 건축물을 건설한다면 소규모로 개발이 이뤄져 개발 이익 환수 제도* 적용이 어렵다. 때문에 토지 소유자는 상승한 토지의 가격으로 자신이 얻을 이익을 반영해 집값을 높게 측정한다. 박정은(한양대학교 도시대학원) 교수는 “투자 재원이 적게 소요되며 투자 자본의 회수가 빨라 우리나라 대부분이 해당 방식으로 건축물을 건설한다”고 전했다.

그린벨트 해제 전 일부 후보 지역에 대해 환경평가가 진행되는 것이 투기 조장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해제 후보 지역에 대한 토지의 수질, 대기 등 다양한 환경적 요소를 고려한 환경부의 환경평가가 진행된 후 보전가치가 낮다고 판단되면 해제가 결정된다. 이 과정에서 검사를 받는 지역에 대한 정보가 투기자들에게 흘러 들어가는 것이다. 윤은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장은 “그린벨트 해제로 인해 부동산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며 “그린벨트 해제가 오히려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린벨트 해제 지역의 이익 사유화를 방지하고자 공공기관에서 직접 해당 토지 건축물을 개발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이 제기된다. 개발 이익의 사회적 환수가 이뤄진다면 토지 소유자는 토지로 인한 이익을 온전히 자신의 이익으로 삼지 못하기에, 해당 토지의 가격을 급격히 올릴 이유가 사라지게 된다. 박 교수는 “공공기관이 토지를 개발한 후 토지 소유자에게 분양하거나 임대한다면 해당 개발에 대한 사회적 이익을 환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린벨트 해제 지역에 대한 철저한 전 수 조사 및 현장 조사를 통해 부동산 투기 문제를 지속적으로 방지해야 한다. 조사 지역 또한 일부가 아닌 전국적으로 확대해 투기자들이 그린벨트 해제 지역의 범위를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 측에서 그린벨트 해제 유력 지역에 대한 토지 거래 상황을 주시해 투기를 예방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 서진형(광운대학교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그린벨트 해제 지역에 대한 현장 조사 구역이 확대돼 부동산 투기를 막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개발 이익 환수 제도 : 토지 개발 시 급등한 토지 가격으로 이익을 얻었다면 이익의 일부분을 정부가 환수하는 제도로, 개발 이익을 환수해 투기를 방지하고 토지의 효율적인 이용을 촉진하고자 도입됐다.

황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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