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동안 읽은 책들을 모아보니 그중 많은 책이 사계절을 다루고 있었다. 우연일 수도 있고, 무의식적으로 내가 사계절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지금 나를 지나가고 있는 계절을 온전히 경험하는 것에 관한 책 혹은 계절 그 자체를 주제로 한 책들이었다. 특히 김신지 작가의 『제철 행복』과 오이뮤에서 출판한 『계절의 효능』을 재미있게 읽었고, 예전에 우리 학교 학술정보관 멘토의 서재에서도 추천했던 앨리 스미스의 계절 4부작 『봄』, 『여름』, 『가을』, 『겨울』과 헤르만 헤세의 사계 시리즈를 다시 읽으며 시절의 감수성을 일깨웠다.
우리나라의 장점인 사계절의 구분이 흐릿해지는 요즘이지만 계절이야말로 내가 살고 있는 현재를 가장 잘 나타내는 지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철에 나는 음식을 먹고, 봄에는 만개한 꽃을, 여름에는 무덥지만, 작열하는 태양 아래 빛나는 녹음을, 가을에는 높고 푸른 하늘과 알록달록한 단풍을, 겨울에는 춥지만, 서늘한 공기와 찬란하게 내리는 하얀 눈을 온전히 경험하고 내 마음과 몸의 반응에 집중해 보는 것. 너무나 빠른 기술의 발달로 편리한 사회에 살고 있지만, 따라잡을 수 없이 내게 쏟아지는 정보와 쉴 새 없이 울리는 휴대전화 알림은 우리도 모르게 우리를 지치고 피로하게 만든다.
무덥고 기나긴 여름 끝에 드디어 조금씩 느껴지는 가을의 기운이 소중하다. 전자기기에서 잠시 벗어나 가까운 자연을 만끽해 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 학교 가까운 곳에는 낙산공원이 있다! 이번 가을에는 석류나 배 같은 제철 과일을 찾아 맛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독서의 계절인 만큼 긴 호흡이 필요한 책을 한 권 읽어보는 것도 추천하고 싶다. 김신지 작가는 『제철 행복』의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지금 이 계절에 무얼 하고 싶은지, 미루지 말고 챙겨야 할 기쁨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늘 살피면서 지낼 수 있기를”(p. 9). 이번 가을부터는 우리 한성대학교 학생들이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계절이 주는 행복을 충분히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란다.
김지성(사회과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