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기자는 누구보다 바쁘면서도 집요한 사람들이었다. 작은 수첩에 무언가 를 적으며 여기저기 뛰어다녔다. 또 시간을 쪼개가며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날카로운 질문을 날렸다. 이런 기자의 모습이 필자에게 동경의 대상이었다. 기자의 꿈을 갖고 있진 않았지만, 잠시나마 드라마에서 봐왔던 기자가 돼보고 싶었다. 모든 게 처음이었지만, 그 기자들처럼 세상을 더 깊게 알아보고 싶어 <한성대신문사> 지원서를 한자 한자 채워 제출했다.
기자로 활동하기 전엔 ‘법대로 해’라는 말처럼 법이 개인을 충분히 지켜주고 있다고 생각했다. 두꺼운 법전 안에 누군가의 억울함을 풀어줄 근거가 다 들어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에서였다. 하지만 기자 활동을 하며 사회 문제를 취재해 보니 법 사이사이 빈틈이 너무나 많았다.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이들이 부지기수였다. 그리하여 필자는 그릇된 법의 조항을 꼬집어 해당 법이 올바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그 법의 어제와 오늘’이라는 코너를 연재했다. 산재와 관련된 『중대재해처벌법』부터 자동차 급발진 사고와 연관된 『제조물 책임법』까지 독자들이 알고 있어야 하는 법의 문제를 파헤쳤다.
법 조항의 허점도 존재하지만, 그 아래 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각계 전문가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 중 하나는 ‘법이 개정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였다. 법이 개정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적인 환경이 조성되지 못하면 단편적인 해결책이 돼 버린다는 뜻이었다. 예컨대 『장애인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의 경우, 장애인활동지원사의 역량 강화를 위해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어 기사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장애인활동지원사가 중요한 역할임에도 그들에 대한 인식 자체가 부족했다. 게다가 법 개정의 필요성이 무색해질 만큼 그들의 처우도 열악했다. 급여도 낮고 전문 지식을 요구하는 인식도 적은데 무작정 법으로 장애인활동지원사가 되기 위한 요건을 올리는 것은 모순이었다. 장애인활동지원사가 장애인에 대한 심화된 전문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인식과 그를 뒷받침할 환경 조성이 선행돼야 했다.
법이 없어서가 아니다. 법 집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 해당 법을 따라야 하는 사회적 환경이 조성되지 않아서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법을 통해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하기도, 억울한 일이 없게끔 바로 잡기에도 부족하다. 필자는 앞으로도 이런 사회의 변화를 촉구하는 데 신경을 곤두세울 것이다. 설령 기사가 아니더라도 법과 사회적 환경 변화를 위해 목소리를 낼 것이다. 이런 필자의 글을 읽는다면 독자들도 함께 동참 해보는 것을 어떨까. 필자와 함께 사회의 변화를 꿈꿔보자.
황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