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산에 올라> 맞는 옷 (한성대신문, 606호)

    • 입력 2024-12-16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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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4-12-16 00:02

인생을 제대로 살고 싶다면, 좋아하는 옷부터 골라야한다. 사람의 옷차림과 그것이 낼 수 있는 분위기는 그 자체로 자신을 브랜딩하는 것이다. 모두 컴활, 토익 따위는 가지고 있다. 모두 인턴, 공모전, 실습경험이 있으며 그냥 되는대로 하기만 한 것들은 도움되지 않는다. 그러나 본인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어떤 경험을 했는지 자신만의 분위기로 풀어낼 수 있는 스토리가 있다면, 그 사람을 달리 보이게 만든다. 그 의도를 학습할 수 있는 가장 작은 단계는 좋아하는 옷을 고르는 것이다. 힙하게 입은 날은 나도 모르게 걸음에 박자가 생기고, 단정하게 입은 날은 나도 모르게 행동에 정갈함이 담긴다. 그렇게 여러 가지를 입어보면서 취향이 생겨, 자신만의 농도를 정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 농도를 조절하며 자신만의 분위기를 내는 능력은 곧 자기 PR이되며 차별성을 갖게 한다. 이 차별성은 나라는 하나 뿐인 브랜드를 만들며 자연스레 다른 이에게 나를 브랜딩할 수 있게 해준다.

예를 들어 나는, 너무 격식을 차린 착장은 좋아하지 않는다. 상의의 격식을 의도적으로 떨구고, 정갈한 라스트의 가죽신발을 신어 묵직함을 준다. 바지는 떨군 격식과 묵직함을 융화시켜주는 데님을 선호하며 의도가 없는 부위는 없다. 처음 산 가죽신발을 신을 때 발등이 깨질 만큼 아팠다. 처음 산 데님을 입을 때 빳빳함이 불편해 무릎이 당겨왔다.

그러나 내가 의도를 가지고 택한 만큼 견딜수 있었다. 이젠 가죽도 데님도 내 몸에 맞게길들어 편한 착장이 됐다. 의도 없이 가죽신발과 데님을 선택했다면 금방 당근마켓에 팔고 트레이닝 복을 입었을 것이다.

이렇게 맞는 옷을 입고 살아가다 보면 인생에도 의도가 생긴다. 우리는 왜 살고 있으며 왜 공부를 하고 있을까. 대학생이니까. 취업해야하니까. 이런 단편적인 이유들은 발등이 깨질 것 같은 아픔과 당기는 무릎을 견딜만한 의지를 내어주지 않는다. 그러한 의지가 생기지 않은 사람은 다른 무언가에 의존하며 기대기만 한다. 그러다 다른 무언가가 없어지면, 자신에게 왜라는 질문을 던질 용기조차 잃은 채 상처만 주고 받으며 산다. 그러니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좋아하는 옷을 고를 수 있는 여유가 있는 지금, 맞는 옷을 찾아나가야 한다.

허필건(사회과학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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