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산에 올라> 도박 (한성대신문, 611호)

    • 입력 2025-05-12 00:01
    • |
    • 수정 2025-05-12 00:01

이른 아침 6시. 눈을 뜨자마자 화장실로 직행한다. 간단히 샤워를 마치고 옷장에서 교복을 꺼내 입는다. 이후 바로 집을 나선다. 학교에 도착해서는 아무도 도착하지 않은 텅 빈 교실에서 자습을 시작한다. 그렇게 기나긴 하루를 책상 앞에서 보내고 학원을 나온 시각은 밤 10시. 이제 집에 가서 밀린 숙제를 해야 한다. 숙제를 다 끝내니 시간은 새벽 2시. 겨우 씻고 졸린 눈을 붙이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치열한 입시 경쟁 속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대한민국 고등학생의 하루다. 주목할 점은 언제부턴가 이 기괴한 모습이 대한민국에서는 ‘평범한’ 것이 됐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가장 교육열이 치열하기로 소문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이곳에서는 요즘 초등 의대 교실이 유행이란다. 한창 잘 먹고 뛰어놀아야 할 나이인데, 이 아이들은 학교가 끝나면 친구들과 함께 놀이터 대신 학원으로 향한다. 우리는 과연 이 모습이 정상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당연히 일반적인 어린이의 일상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이것이 일반적인 것이 돼가고 있다. 그러한 우리 사회의 모습이 참 기괴하다. 아이들에게 ‘시간’의 개념이란 ‘무엇을 하며 보내야 하나’ 생각하는 것이 아닌, 공부하기엔 항상 부족한 것이 돼버렸다. 항상 남들에 비하면 늦었다는 압박감이 그들을 압도한다.

본격적으로 대입을 준비하기 시작하는 연령이 이제는 초등학생까지로 내려왔다. 더욱 심한 경우에는 어쩌면 미취학 아동 때부터일지도 모른다. 이제 아이들은 유년 시절의 전부를 대학을 위해 사용한다. 나중에 성년이 돼 떠올릴 어릴 때의 즐거운 추억들도 하나둘씩 사라져 간다. 그리고 인생의 전부가 대학이 되는 순간, 나중에 좋지 못한 결과를 얻는다면 아이가 살아온 인생의 시간 전체가 부정당하는 셈이 될 것이다. 그때 가서 아이는 어떤 생각을 할까? 학창 시절의 전부를 대학 입시에 거는 것이, 너무 위험한 도박은 아닐까?

유수민(인문 2)

댓글 [ 0 ]
댓글 서비스는 로그인 이후 사용가능합니다.
댓글등록
취소
  • 최신순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