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회 한성문학상 - 시 심사평> "경험을 시적으로 잘 풀어낸 작품"

    • 입력 2016-11-29 15:27

31회 한성문학상 시부문에 제법 많은 학생이 응모를 하였다. 20명의 학생이 120여 편의 시를 응모하였다.
투고된 작품의 대상이 대부분 선명했고 또 공통적이었다. ‘어머니, 아버지, 사랑, 앞날에 대한 고민등이 작품의 제재나 주제로 선택되었다. 시를 많이 써 본 듯한 학생도 많았다. 하지만 시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잘 모르고, ‘응모의 형식 앞에서 자신의 을 테스트해 본 경우도 있어 보였다. 사실 누구의 작품을 당선작으로 할까 하는 문제에 대해 많이 고민하지는 않았다. 당선작으로 뽑은 학생의 작품이 다른 응모자의 작품에 비해 도드라졌다. 고민을 했다면, 이 학생이 응모한 작품 5편 가운데 두세 편을 놓고 어느 것을 뽑을까 하는 것이었다.
<냉동실>을 당선작으로 뽑는다. 같은 학생이 응모한 <인공눈물>도 준수한 작품이어서 전체적으로 탄탄한 실력을 보여주었다. 대체로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시로 쓰고 있고, 그 관계로 인해 마음을 다친 이야기를 시화하고 있다. 다친 마음의 고통을 고통이 아닌 듯이, 하나도 아프지 않다는 듯이 무심한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일찍 철이 들어버린 어린 아이처럼, 그 한없이 무심한 척하는 모습이 오히려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다소 거친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나, 이야기를 시로 엮는방식도 뛰어나다.
당선작 외에 눈에 띄는 작품도 있었다. <미래 선>, <잔상>을 투고한 학생의 작품이 그랬다. 많이 써 본 솜씨인데, 깔끔하고 묘사가 뛰어나다. 그러나 그 이상의 무엇을 요구하기에는 무리일까. 묘사너머의 어떤 강렬한 인상이 적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낡은 기타와 나>, <고양이집회>같은 작품도 시적 대상이 다른 작품에 비해 새로워서 좋아 보였다. 그러나 시선이 새로운데 비해 시적 함축의 묘미는 적다. 중언부언하는 것을 덜어내기만 해도 훨씬 좋은 시가 될 것 같다. 그 외 <동묘시장>4편과 <늦은 밤 맥주집은 빛난다> 7편 등을 투고한 학생의 시도 눈여겨 볼만했는데, 좀 더 수련이 필요해 보였다.
문학은 혼자서 하는 것이라는 말을 오래 전에 들은 이후, 그 말은 좀처럼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혼자서 읽고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좀 더 좋은 시를 쓰기 위해서는 누군가와 함께 읽어보는 것 역시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한 마디 덧붙인다. 좋은 시를 쓰려거든 누구에게든 보여주고 평을 들어보시라. 물론 그 누구에게든이 본 심사자여도 무방하다.

강호정 교수
응용인문학부 국어국문전공

댓글 [ 0 ]
댓글 서비스는 로그인 이후 사용가능합니다.
댓글등록
취소
  • 최신순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