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회 한성문학상 - 소설 심사평> "소설의 미덕(美德)은 구성에 있는데"

    • 입력 2016-11-29 15:30

아홉 편의 소설은 그 미덕을 보여주는데 하나같이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소설의 플롯은 음모(陰謀)’라는 뜻도 지니고 있습니다. 음모는 치밀해야 성공 확률이 높습니다. 그런데 올해 응모작들은 음모들이 어설프게 꾸며졌거나 순식간에 정체를 드러내 보이는 바람에 아쉬움을 주었습니다. 마감 시간에 쫓긴 흔적이 역력한 작품들, 습작 기간이 짧았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들, 자의식의 세계에서 미처 빠져 나오지 못한 작품들이 구성의 조력을 받지 못하고 이야기에 머문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신선한 발상, 탄탄한 문장력을 보여주는 작품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구성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소설로서는 미달형입니다.
낯선 아담(박예은), 구멍 난 나이롱, 찢어지지 않는 나일론(김호연), 피그말리온의 서커스(정유진). 세 편의 소설이 망설임과 고민 속에 손에 남았습니다. 낯선 아담은 이방인의 정체성과 존재의식을 플롯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갈등 구조도 그런대로 잘 짜여있고 서사적 긴장감도 형성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서사의 인과성이 부족했습니다. ‘엄마아담의 행동과 태도가 사건의 핵심인데도 정작 사건과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구멍 난 나이롱, 찢어지지 않는 나일론은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풀어나가는 솜씨가 주목을 끌었습니다. 개인의 문제가 사회의 문제로 확장될 수 있는 여지를 안고 있고 말들이 살아 있었습니다. 그러나 영안실’ ‘사무실’ ‘조사실로 이어지는 장면들을 주제로 수렴시키는 짜임새가 부족했습니다.
피그말리온의 서커스(정유진)를 가작으로 냈습니다. ‘희준형원의 첫 만남, 희준을 지켜내는 형원의 태도, 광대와 피그말리온의 내적 연관성 등이 모호했습니다. 애써 데려온 피그말리온이 서사 구조 속에서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형국입니다. 그런 지경에 처해있던 피그말리온이 구조 밖으로 밀려나지 않고 조각에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붙잡아 준 것은 미로라는 장치였습니다. ‘자기애(自己愛)’의 은유와 함축이라 포장해 주기에는 미흡함이 있지만 이 구성력을 가능성으로 읽어주기로 했습니다. 당선작으로 내지 못해 아쉽지만 정진을 기대해봅니다.

김동환 교수
응용인문학부 국어국문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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