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화정> 항저우에서 본 중국 AI·디지털 산업의 약진 (한성대신문, 620호)

    • 입력 2026-03-2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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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6-03-23 00:01

나는 중국 지역 연구를 하면서 상하이와 항저우를 중심으로 인공지능, 피지컬 AI, 디지털 기업 등의 산업 생태계를 관찰해 왔다. 한국에서는 중국의 기술 발전을 뉴스나 보고서를 통해 접하는 경우는 많지만, 실제 기업과 산업 현장을 직접 볼 기회는 많지 않다. 그래서 나는 2025년 가을부터 국내 학생과 연구자, 사업가들을 대상으로 항저우와 상하이 지역의 기업과 대학교를 방문하는 견학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참가자들은 현지에서 기술과 산업 구조를 이해하고, 경우에 따라 한국과 중국의 기업·대학 사이의 기술 수요를 연결하는 매칭도 추진하고 있다.

항저우는 이러한 신산업의 대표적인 도시다. 이 도시에는 전자상거래, 물류, 금융, 클라우드, 인공지능 산업이 서로 연결돼 하나의 플랫폼 경제(또는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기반 위에서 최근 몇 년 사이 새로운 기술 기업들이 빠르게 등장하고 있다.

알리바바 회사를 방문해 디지털 플랫폼 생태계와 Qwen 시리즈의 대언어모델, 클라 우드, 반도체 개발 상황 등을 직접 접해보고, 또한 2025년 초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범용 대언어모델 딥시크, 휴머노이드 로봇 업체 유니트리, 「검은신화: 오공」을 개발한 게임사이언스, 뇌-바디 인터페이스 업체 브레인코, 사족보행 로봇 업체 딥로보틱스, 그리고 산업용 로봇 업체 선하오커지 등 다양한 기업을 직접 방문하면서 두 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첫째, 중국의 기술 발전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흔히 국가 전략이나 정부 주도의 산업 정책을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현장을 오래 지켜보며 느낀 점은 AI·디지털 산업은 오히려 민간이 먼저 움직이고, 정부는 그 흐름을 가로막지 않도록 규제를 조정하거나 제도를 정비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둘째, 한국 사회에서는 “공대에 미친 중국, 의대에 미친 한국”이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중국이 공학과 기술 분야에 강력하게 투자하고 있다는 점은 사실이다. 그러나 기술이 사회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 상품이 되기 위해서는 이·공학 지식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 드러난다. 사회 문제를 발견하고 분석하며, 기술이 해결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재구성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사회과학과 인문학의 역할 역시 결코 작지 않다.

박우(상상력교양대학 기초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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