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학송> 허울로 덧칠된 공허한 약속들 (한성대신문, 621호)

    • 입력 2026-04-1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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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6-04-13 00:01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이하 지방선거)가 50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각 정당의 청년 공약이 속속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반복된 현안 중심의 ‘재탕 공약’, 핵심이 비어 있는 ‘겉핥기식 공약’에 그치는 행보가 이어진다. 청년의 위기를 진단하는 예리함은 사라지고 그저 ‘좋은 말 모음집’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현재까지 공개된 주요 정당의 공약은 이러한 인상을 더욱 굳힌다. 더불어민주당은 2030을 겨냥해 결혼 시 비용을 지원하는 ‘결혼 인센티브’ 제도와 전기차 충전 요금 가이드라인 제시 등을 골자로 하는 ‘전기차 스트레스 제로’ 정책을 제시했다. 국민의힘 역시 ‘내 집 마련에 자유를’이라는 슬로건 아래 반값 전세와 월세 세액공제 확대를 내놓았다.

이미 시행 중인 정책을 재포장하거나 일부 범위를 덧붙인 수준에 불과하다. 결혼 지원과 전·월세 부담 완화 정책은 지자체에서 ‘결혼장려금’과 세제 혜택 형태로 이미 운영되고 있으며, 청년 월세 지원도 국토교통부와 지자체가 추진해 온 ‘청년월세지원사업’과 동일하다. 전기차 관련 공약 또한 올해 기후환경에너지부에서 정책 추진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도 각 정당과 후보자들은 마치 새로운 해법을 제시한 양 기세등등한 태도를 보인다.

청년을 겨냥한 표심용 일회성 공약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4년 주기로 공약 이행률을 점검하는 데 힘을 쏟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겉으로는 공약 남발을 견제하는 장치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은 허술하다. 『공직선거법』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제시하는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재원 조달 방안과 세부 이행 계획을 명시하도록 요구한다. 실제로는 구체적인 예산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중앙정부 재원 활용’이라는 원론적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후에 계획을 보완하겠다는 주먹구구식 설계가 반복된다.

청년들의 고난을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기는 한 것인지 되묻고 싶다. 청년을 향한 정책이 결국 ‘돈을 쥐여주는 것’에 머무는 것은 아닌가. 당장의 지원으로 문제를 덮는 데 그칠 뿐, 왜 이런 문제가 반복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은 보이지 않는다.

단순한 정책 나열로는 설득력을 가질 수 없다. ‘왜 지금 이 공약이 필요한가’에 대한 설명이 선행돼야 한다. 청년의 삶을 바꾸는 공약은 말에서 완성되지 않는다. 문제를 정확히 겨누고 실행의 방편까지 설계할 때 비로소 힘을 갖는다. 공약의 홍수 속에서도 취업, 주거 등의 고민 속에 청년의 삶은 여전히 메말라 있다. 그 안에서 공허한 정치인의 말이 아닌 실질적인 정책이 단비처럼 스며들어, 청년의 일상이 비로소 꽃피는 그날을 기다린다.

이승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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