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대전환의 물결이 거세다. 최근 글로벌 시장을 뒤흔드는 반도체 전쟁과 생성형 AI의 폭발적 성장은 기술이 더 이상 공학도들만의 전유물이 아님을 보여준다. 특히 이제 AI는 단순한 답변을 넘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AI 에이전트’로 진화하고 있다.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해 대신 결제하고 업무를 수행하는 이 ‘디지털 동료’의 등장은 혁신적이지만, 동시에 전례 없는 보안 위협을 예고하고 있다.
과거의 보안이 외부 침입을 막는 ‘성벽’을 쌓는 일이었다면, 이제는 자율성을 가진 AI 에이전트의 행동 하나하나를 검증하고 관리해야 하는 시대다. 특히 AI 에이전트의 두뇌라 할 수 있는 고성능 반도체의 설계 도면이 유출되거나, 제조 공정 데이터가 조작된다면 그 피해는 한 기업을 넘어 국가 안보 체계 전체를 흔들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기술·물리·관리를 아우르는 ‘융합보안’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필자가 현장에서 보안 체계를 점검하며 절감한 점 역시, 첨단 기술의 완성은 결국 이를 안전하게 지탱하는 ‘신뢰의 거버넌스’에 있다는 사실이었다.
본교에서 미래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명확하다. 여러분이 전공하는 지식은 단순히 취업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기술 주권을 지키는 ‘보이지 않는 방패’가 될 수 있다고 자부하라는 점이다. 브레이크가 강력할수록 자동차가 마음 놓고 속력을 낼 수 있듯, 탄탄한 융합보안 역량은 AI 에이전트와 반도체 기술이 마음껏 혁신할 수 있도록 돕는 최고의 동력이 된다.
따라서 우리 학생들은 기술적 예리함뿐만 아니라, 세상을 넓게 보는 통찰력을 길러야 한다. 내가 다루는 코드 한 줄, 설계하는 보안 정책 하나가 국가 산업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민하는 ‘책임감 있는 인재’가 돼야 한다. 기술은 매 순간 변하지만, 사람과 기술 사이의 약속을 지키는 보안의 기본 원칙은 결코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본교의 인재들이 AI 에이전트가 이끄는 새로운 변화 속에서, 기술을 넘어 신뢰를 설계하는 리더로 성장하길 기대한다. 여러분의 정직한 땀방울이 모여 더욱 안전하고 강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드는 초석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 여정에 필자 또한 든든한 조력자이자 선배로서 함께할 것이다.
윤재석(융합보안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