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산에 올라> 불금의 ‘무알콜 나이트’ (한성대신문, 622호)

    • 입력 2026-05-11 00:01
    • |
    • 수정 2026-05-11 00:01

내 휴대전화는 쉴 틈이 없다. 단톡방, 스팸 메일, 광고 알람이 하루에 수십 개씩 쌓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디지털 잔해들은 먼지처럼 쌓여 우리의 집중력을 갉아먹고 스트레스를 유발하곤 한다. 그런데 이 먼지들을 털어내기 위해 MZ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금요일 밤의 의식이 있다. 바로 ‘어드민 나이트’다.

이름만 보면 화려한 파티 같지만, 사실은 정반대다. 술잔 대신 마우스를 잡고 클럽 음악 대신 백색 소음을 틀어놓는 이 밤은 마치 행정직(Admin)처럼 자신의 일상을 관리하는 행정 업무 시간이다. 쌓인 메일함을 비우고 무의미한 스크린 캡처를 삭제하며 다음 주 일정을 짜는 이 밤이 우리에겐 새로운 나이트 라이프가 되고 있다.

우리가 이토록 정리에 집착하는 건 ‘어드민 나이트’가 단순한 뒷정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건 일종의 디지털 디톡스다. 우리는 잠자는 시간 빼고는 끊임없이 데이터를 소비하도록 강요받는다. 피드를 넘기고 알림을 확인하고 또 넘기고. 이런 흐름 속에서 어드민 나이트를 즐기는 사람들은 스스로 멈추고 ‘좋아요’ 대신 ‘삭제’ 버튼을 누른다. 그 정적인 시간이 끝날 즈음엔 묘한 감각이 온다. 쾌감이라고 하기엔 소박하지만, 해방감이라고 하기엔 딱 맞는 감각. 엉켜 있던 파일들이 정리되고 수백 개의 읽지 않은 메일이 0이 되는 순간은 웬만한 유흥보다 짜릿하다.

대학생의 일주일은 과제나 수업, 알바 때문에 대부분 수동적이다. 정해진 것들을 소화하다 보면 어느새 금요일이다. 그런 일상 속에서 ‘어드민 나이트’는 좀 다른 결의 시간이 된다. 누군가 짜준 일정이 아니라 오직 나라는 1인 기업을 내 손으로 재정비하는 시간이자 다음 주의 나에게 미리 건네는 선물 같은 것인 셈이다. 지저분한 테이블을 닦고 나면 괜히 뭔가 하고 꾸미고 싶듯이 디지털 환경도 마찬가지다. 정돈하고 나면 앞으로 달릴 준비가 된 것 같은 가벼움을 선사하기도 한다.

결국 이 시대의 진정한 불타는 금요일은 화려한 클럽 조명 아래가 아니라, 가장 고요한 내 방 노트북 앞에서 완성된다. 숙취 대신 개운함을, 피로 대신 성취감을 선사하는 이 ‘무알코올 나이트’에 여러분도 접속해 보는 것은 어떠실까요. 이번 주 금요일 밤은 온전히 여러분을 위한 생산적인 밤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준철(문콘 3)

댓글 [ 0 ]
댓글 서비스는 로그인 이후 사용가능합니다.
댓글등록
취소
  • 최신순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