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학송> 착잡한 시간들(한성대신문, 521호)

    • 입력 2017-03-27 19:57

요즘 학교 안을 살펴보면 봄기운은 느껴지지 않고 마음만 착잡하다. 수강신청 문제, 근로학생 수강신청 특혜 문제 등 새학기가 시작된 후 제기된 학내 문제들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방치된 채 시간만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총학생회는 이런 일련의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아보기 위해 간담회와 토의를 몇 차례 제안했다. 하지만 방학 중에 진행된 학생 토의는 저조한 학생 참여와 총학생회의 홍보 부족으로 실패했고, 이후에 진행하고 있는 간담회는 대학본부 측의 거절로 33일부터 계속 연기되고 있다. 여러 가지 학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과 이를 실행할 분명한 의지를 지닌 구성원이 없는 것이다.

이렇게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학내 행정부서들은 대학 구조개혁평가에서 받은 과제를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다. 학교 밖에서는 교육부가 내놓은 새로운 대학교육정책이, 향후 대학가에 거대한 움직임이 있을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학교에는 교육부의 평가를 대비하기 위한 대학 구조개혁평가 2기 위원회가 아직 설립되지 않은 상태다.

이 같은 상황은 학내 구성원들의 불신을 불러일으키기 마련이다. 이전 학사구조개편 문제가 발생했을 때부터 현재까지 학교는 학내 구성원의 여론을 수렴하는 형태가 아니라, 특별한 팀을 꾸리거나, 관련 부서가 문제를 담당해서 대응하는 방식으로 행정을 해왔다. 그리고 총학생회는 이러한 학교의 태도에 소극적으로 대응해왔다. 대학본부의 독단과 학교 전체의 무비판적 수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신뢰와 협력을 기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일 뿐이다.

더 큰 문제는 지금 발생하는 문제들이 일시적인 게 아니라 만성적이라는 데 있다. 가령 이번수강신청 과정에서 제기되었던 강의계획서 미비나, 수강신청책자가 늦게 올라오는 문제, 교양과목 정원 부족 등은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나타났던 것들이다. 이에 대한 학교의 대응 역시 이전과 다를 것이 없다. 커뮤니티에 사과문을 공지하는 한편, 분반이나 정원 추가를 통해 교양과목 수강 정원을 급조해서 제공하는 식이다. 근본적으로 시스템을 재정비하거나, 다음 학기를 준비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대증요법만 계속하고 있으니, 다음 학기에 비슷한 문제들이 또 발생하는 수순은 너무 당연하다.

이러한 악순환이 지속되면서 학내 구성원들은 점점 학교에 권태를 느낀다. 이렇게 무뎌진 여론이 학내 문제에 대한 참여 저조 등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221, 드넓은 낙산관 대강당에서 열린 학생 간담회에 20명 남짓의 학생들만 덩그러니 앉아 있던 모습이 이런 사실을 분명하게 말해준다.

이처럼 학교 안은 학내구성원 사이의 불신과 권태로움으로 메말라가고 있다.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는 현재 학내에 발생한 문제들에 대한 학내구성원들의 관심과 대학본부의 수용 그리고 2주기 평가를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대학본부의 행정능력에 있다. 착잡한 시간이 계속되고 있다. 정신을 차려야 할 때다.

박종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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