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장학제도는 교육인가 복지인가 (한성대신문, 512호)

    • 입력 2016-07-25 16:25

지난해 10월 14일 고려대학교에서 성적장학금을 폐지한다는 내용의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번 장학제도 개편의 핵심 내용은 성적장학금의 용도를 변경해서, 등록금의 100%를 면제받았던 기초생활수급자 학생들에게 생활비를 매월 추가 지급하는 것이다. 이전까지 단계적으로 성적장학금의 비중을 줄이는 계획을 발표한 대학들은 있었지만, 폐지한 것은 고려대학교가 처음이다. 이러한 고려대학교의 행보로 대학사회에서는 성적장학금 폐지에 대한 찬반 논란이 제기되었다.

고려대학교 성적장학금 폐지 기자회견, 출처 : 고대신문
“장학제도는 교육의 영역. 대학의 장학금은 저소득층을 향해야”

성적장학금 폐지에 찬성하는 쪽에서는 이번 결정이 저소득층에 장학금을 확대하는 합리적인 개선이라고 평가한다. 장학제도는 교육의 영역에 있고, 대학이 이것을 살펴 현재 대학생들의 주머니를 고려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고려대학교 커뮤니케이션팀은 간담회에서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학생이 학업을 수행하는 데 있어 경제적인 이유로 지장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대학의 책무다. 고려대는 ‘필요기반’ 장학금을 강화하여 장학금을 통해 가장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고려대학교 학생들 역시 이번 개편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고려대학교 온라인 커뮤니티 ‘고파스’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총 404명의 응답자 중 찬성하는 학생이 294명(72.8%), 반대하는 학생이 89명(22%)으로 찬성하는 학생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이윤정(고려대학교 학생복지팀) 주임은 “개편된 장학제도는 원활하게 운영되고 있다. 학생들 중에 심각한 반대 여론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진행 상황을 설명했다.

“저소득층 장학금은 복지의 영역. 대학은 복지 아닌 교육에 전념해야”

한편 반대하는 쪽에서는 공부를 열심히 하려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이 가지 않으면 학업에 대한 의지를 고양시킬 수 있는 수단이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저소득층을 위한 장학제도 자체는 복지의 영역에 있고, 학교는 성적장학금을 따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 황재영(국문 3) 학생은 “대학 졸업의 메리트가 계속 떨어지는 가운데 성적장학금까지 사라지면 취업을 준비하는 관점에서 공부를 열심히 해야할 이유가 없을 것 같다. 특히 소득분위가 애매한 학생들에게는 더욱 안타까운 소식이다”라고 답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결정이 과연 합리적인 의사 결정 과정을 거친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고려대학교가 학생들과의 논의 없이 기자간담회를 열고 폐지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기자간담회 직후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에서는 “장학제도에 큰 변화가 있었음에도 학생들과 개편 논의를 하지 않았다. 이것은 학교 측의 일방적이고 독단적인 결정”이라며 반발했다. 이에 대해 고려대학교 염재호 총장은 고대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새로운 정책으로 변화를 초래하면 기존에 존재하던 균형은 반드시 깨진다. 일부의 불만이나 문제점보다는 교육 철학에 주목해서 총체적 평가를 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고려대학교는 장학제도 개편 후 첫 학기를 맞았다. 이것이 첫 번째 시도인 만큼 성적장학금 폐지가 대학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번 개편이 성공으로 끝날지는 미지수다. 다만 장학제도를 바라보는 관점에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번 시도는 성공도 실패도 아닌 논란으로 남을 것이다.

박종민 기자
[email protected]

댓글 [ 0 ]
댓글 서비스는 로그인 이후 사용가능합니다.
댓글등록
취소
  • 최신순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