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서구를 만들다> - 이충진 교수의 추천도서
“상상력은 현실에 없는 어떤 것을 생각해내고 실제로 구현해내는 능력이다. 그런 상상력의 활동을 가능케 하는 전형이 바로 예술이다. 예술을 자기 삶 속에서 계속 접하고 예술 작품을 이해하는 것은 상상력을 키우는데 중요하다. 이 책을 통해 학생들이 상상력을 키울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우리 주위에는 다양한 예술 작품들이 존재한다. 각각의 예술 작품은 당대의 상황이나 분위기 혹은 예술가들의 관념이나 신념 등을 내포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예술 작품은 철학적 가치를 지니고 있고, 그것을 보고 즐기는 사람들을 생각하게 만든다.
이 책은 단순히 예술 작품을 보여주고 그 작품에 어떤 기법이 쓰였는지를 설명하는 해설서가 아니다. 철학적인 내용과 함께 깊이 있는 해석을 역사적인 맥락에서 보여주고 그 안에 담긴 가치를 일깨워 준다. 그리고 고대 원시시대 벽화를 비롯하여 근대시대의 그림과 조각상 등 여러 가지 작품들을 통해 과연 예술이 그 시대 상황 안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무엇을 나타내는지 이야기한다.
책에서 주목할 부분은 예술과 철학을 적절히 섞어 작품을 해석하는 작가의 통찰력이다. 한 작품 안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배경 또는 구도나 균형 등을 통해 철학적 의미를 드러내는 부분에서 작가의 통찰력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작품에 얽힌 신화나 이야기들은 자칫 딱딱하게 느낄 수 있는 철학적 내용들을 지루하지 않게 해주고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서구 사회의 흐름 안에서 예술이 자연스럽게 생겨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책에서는 오히려 예술이 서구 사회를 만들었다고 이야기한다. 대표적인 예가 ‘루브르 박물관’이다. 과거 사회혁명을 이룬 부르주아들은 시민 사회를 묶어 줄 힘이 필요했다. 그 힘은 종교가 아니지만 종교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것, 이념은 아니지만 이념의 역할을 하는 것이었다. 그 힘이 바로 예술이라고 작가는 밝히고 있다. 예술의 힘을 간파한 부르주아들은 과거 찬란했던 궁궐 안에 예술 작품들을 모음으로써 궁궐을 박물관으로 탈바꿈 시켰다. 여기에 모인 예술 작품들은 구성원 개개인이 스스로 내면의 힘을 자각하게 함으로써 사회제도나 도덕, 자연과학 등이 변질되었을 때, 그것을 절대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도왔다. 이는 서구의 사회질서를 유지하고 통합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단순히 예술 작품에 대한 설명을 기대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읽기 어려운 책일 수 있다. 철학적 미학이라는 쉽지 않은 내용으로 책을 구성하고 있어서 책장을 술술 넘기기는 더욱 힘들 것이다. 그렇지만 이 책은 읽는 이가 많은 생각과 상상을 하도록 자극하기 때문에 독자가 폭넓은 사고와 통찰력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책을 통해 그동안 우리가 예술 작품을 그냥 보고 넘기는 대상으로 대하지 않았는지 한번쯤 생각해 보자. 물론 이러한 것도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방법 중 하나다. 하지만 작품을 단지 감상하는 대상, 보고 넘기는 것 그 자체로만 생각한다면 굳이 전시관을 찾고 직접 찾아갈 이유가 있을까? 예술을 직접 마주했을 때의 감동, 기쁨, 슬픔, 고통과 같은 여러 가지 감정들과 작품이 품고 있는 철학적 가치, 내재된 의미 등을 깨닫고 이해한다면 예술의 참맛을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예술을 이해함으로써 상상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예술, 서구를 만들다>
저자 : 이순예
출판사 : 인물과 사상사
출판일 : 2009. 01. 29
책소개 : 『예술, 서구를 만들다』는 예술을 통해 서구사회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이야기한다. 단순히 예술 작품을 설명하지 않고 철학적으로 깊이 해석한 책이다. 과거 부르주아들이 어떻게 예술의 힘을 이용해서 서구 사회를 통합하고 건설했는지를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작가는 현대인들이 21세기 현 시대에 예술이 무엇이며, 어떤 의미를 가져야 하는지 생각하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