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나무’가 아닌 ‘숲’을 봤으면 (한성대신문, 524호)

    • 입력 2017-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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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0-01-10 10:18

문재인 대통령이 대학 서열화를 해소하고 학벌주의를 철폐하려는 취지로 ‘통합형 국공립대’ 운영을 계획하고 있다. 앞서 사회면 기사에서 다뤘던 통합형 국공립대는 쉽게 말해 전국에 있는 국공립대학을 하나로 합쳐 공동운영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이 정책에 찬성하지 않는다. 물론 나도 부유한 가정의 자제들이 부모의 재력을 발판 삼아 명문대에 진학해 취직 시 더 유리하게 작용하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국공립대를 하나로 묶는다고 해서 대학 서열화가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파리1~13대학을 모방해 단과대별로 통합 국공립대를 운영한다면 특정 계열에 쏠림 현상이 발생할 것이다. 지금도 많은 학생들이 문과에서는 상경대, 이과에서는 공대로 진학하고 있다. 인문·사회계열이나 자연과학계열은 취직할 때 상대적으로 불리하기 때문이다. 실제 통계자료에 따르면 문과는 경영·경제학과가, 이과는 이른바 ‘전화기’(전자공학과, 화학공학과, 기계공학과)가 독점하고 있다. 단과대별로 나눠 각 학교를 특성화하는 것이 목표지만, 정작 수험생들의 입맛은 일부에 치우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굳이 통합 국공립대를 운영할 필요가 없다. 어차피 인기계열 대학에 학생들이 몰릴 테고 그럴수록 경쟁도 치열해져 해당 대학 입결은 상승할 것이며, 이 문제가 사교육비 부담 증가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결국, 통합 국공립대 안에서도 서열화가 발생하고야말 것이다.

대학 서열화 해소를 목적으로 국공립대를 통합하는 것은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에만 매달려 있는 것과 같다. 진짜 ‘숲’은 대학의 본질을 되살리는 것이다. 현재 우리사회는 대학진학 자체를 취업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여기고 있다. 대학진학률을 낮춰서 ‘중등교육 이수 후 학문에 더 정진하고자 하는 사람’만이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한 다음 대학평준화를 통해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먹고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학벌주의 철폐에 있어서 최선의 방도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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