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산에 올라> 재벌이 과연 기업인가?(한성대신문, 524호)

    • 입력 2017-06-05 00:00

기업가 정신, 미래에 대한 통찰력을 통해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추진력을 말한다. 흔히 긍정적인 기업은 이러한 기업가 정신이 투철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기업가 정신에 비추어 보았을 때, 과연 재벌은 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가?
S사의 반도체 신화, H사의 중공업 신화 등 재벌의 출발은 우리가 흔히 아는 것처럼 기업가 정신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의 재벌은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정경유착을 서슴지 않고 혁신보단 덩치를 불리는 데에만 관심이 있는 비효율적인 집단으로 변해버렸다.
중소기업청에서 보고한 <2016 제조업분야 중소기업 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하청업체의 절반 이상이 납품단가 관련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재벌이 하청업체에 대한 갑질을 통해 단가를 후려치는 방식으로 부를 축적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게다가 재벌은 전문경영자를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혈통에 의거한 족벌경영체제를 통해 기업을 개인소유물로 전락시켰다. 최근 몰락한 H해운이 바로 이러한 이유로 무너졌다. 무책임한 족벌식 운영이 수많은 기술자들을 거리로 내몰고 만 것이다.
그럼 재벌은 과연 무엇인가? 재벌은 군사독재가 민중을 착취한 대가로 만들어낸 구시대의 유물이다. 비록 지난 수십 년 동안 재벌 신화가 한국을 경제대국으로 만드는 데에 일조했다고 하지만, 이제는 혁신하지 않는 기득권으로 전락해 우리 사회에 다양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확인됐듯이 그들은 정부에 돈을 바쳐 경영권을 승계 받고, 면세점 시장을 독점하고, 죄를 사면 받아 감옥에서 출소하기도 한다.
재벌에 대한 대안으로써 우리가 지향해야 할 점은 공정한 시장과 독점의 규제다. 정치권은 재벌이라는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기 위해 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되, 자신의 역할을 불공정과 과독점에 대한 시정으로 한정해야 한다. 그리고 시장에서 오로지 아이디어를 통해 경쟁할 수 있도록 선순환 구조를 조성해야 할 것이다.

최승엽
역사 2

댓글 [ 0 ]
댓글 서비스는 로그인 이후 사용가능합니다.
댓글등록
취소
  • 최신순
닫기